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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예능의 현실③]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사전 검증”


입력 2021.01.25 09:56 수정 2021.01.25 09:5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박재용 연구실장 "흥미 위주의 역사 전달, 청소년들에 악영향"

교양 예능 제작진, 전문가 자문은 뒷전...예능적 흥미에 초점 맞춰

ⓒtvN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사실에 기반한 정보전달의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라면, 단순히 웃고 넘기는 식의 제작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된 내용이 시청자들에겐 ‘사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보 전달자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방송 제작자들의 책임이 더 무거워야 한다.


물론 교양형 예능을 만들어냄으로 인해 오는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일반인들이 새롭고 낯선 정보를 친근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닌, 폭넓은 이해와 사고를 요하는 역사를 다루는 경우는 이런 장점이 더더욱 부각된다.


그만큼 단점도 분명하다. 여러 교양예능 중에서도 유독 ‘역사’ 관련 프로그램이나 정보에 있어서 많은 오류가 발생한다. 이미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관계자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프로그램 제작 의도부터 잘못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박재용 연구실장은 “처음부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 있는가하면 이와는 달리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흥미위주로 시퀀스를 구성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전자의 경우는 전문가를 섭외·출연시켜 진행하기 때문에 역사적 오류가 덜한 반면, 개인적 해석이 학계의 중론인양 오해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또 후자의 경우는 검증과 감수보다는 이슈와 흥미, 그리고 자극적인 요소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가 부정적인 화제성을 낳는다”고 말했다.


ⓒtvN

결국 어떠한 경우에서든 진행자의 공부 부족 보다는 근본적으로 기획자 혹은 작가 등 제작진의 역사 인식 부족에서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 사실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경우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역사의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박 실장은 “요즘 청소년들은 제도권 내의 교육보다는 미디어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진실인양 누적되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는 역사 관련 예능 프로그램의 문제만이 아니라 시사 및 다큐 프로그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유튜브가 정보 및 콘텐츠 생산의 거대한 공장역할을 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디어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잘못된 역사관이 쉽게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논란의 당사자 못지않게 특정 출연진을 만능 전문가처럼 소비하듯 섭외하고 능력 이상의 책임을 안기는 교양형 예능의 제작 환경이 이번 사태를 낳은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기경량 교수 역시 SNS에 “설민석이 가진 능력 밖의 일인데, 방송 미디어가 그의 이름값에 기대어 자꾸 그런 요구를 하는 것 같다. 설민석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지식을 대하는 방송 미디어의 얄팍함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관련 문제를 제기했던 고고학자 곽민수 씨는 당시 올린 글에서 자문한 내용이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전문가의 자문이 있었지만, 전문성 보다는 예능적 흥미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실제로 방송에서 여러 작가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이들도 전문가로 보긴 힘들다.


박 연구실장은 “당연한 방안이면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방송사의 책임 있는 사전 감수·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역사적 사실 안에서 흥미요소를 찾아야지, 사실관계를 떠나 가십거리를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거기에 역사 콘텐츠로 살을 붙이는 작업 방식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사실 이런 제작과정 때문에 역사 전문가로서 프로그램에 자문을 하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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