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이익공유제 압박에 이자수익 제한까지 '反시장 개입'
금감원 '라임사태' 기업은행 전 행장에 중징계 통보 '칼바람'
정치권이 금융시장에 개입해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하거나 금융회사 운영까지 간섭하면서 금융사들이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침묵으로 방관하는데 이어 사모펀드 사태 관련한 판매사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까지 예고하면서 금융권에선 "가혹한 계절"이라는 하소연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등 금융정책은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추가 연장으로 기울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의 타깃으로 은행권이 지목되면서 대출금리 인하까지 요구받고 있다.
금융권에선 시장논리에서 벗어난 정치권의 '무모한 주장'에 구심점을 잡아야할 금융위원회가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정치인 마음대로 이자를 손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의견이 나오는데, 금융당국이 말리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제 여당 정책을 총괄하는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코로나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가장 큰 업종이라고 하면 금융업"이라며 "금리를 낮추거나 은행 이자를 중단시키거나 개인 신용등급을 하락시켜 이자 부담을 더 높이거나 가압류·근저당 등의 방식에 대해선 올해 멈추는 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금융사들이 돈 번만큼 기여를 하라'는 민주당의 논리는 향후 위기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아두라는 금융당국의 기조와도 배치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금융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연말 배당을 자제하고 이익금을 유보하라고 권고해왔다.
금융당국의 방관 속에 금융사들은 여당에 휘둘리고 있다. 민주당 소속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22일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을 불러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중소상공인의 고통 경감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 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여당이 당부한 '적극적 역할'을 금융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내놓으라는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돈 벌었으니 내놓으라니"…때리는 여당 보다 못 말리는 금융위 더 밉다
현재 민주당은 은행권에 이익공유제 참여를 압박한 데 이어 금융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되는 '서민금융기금'에 1000억원 이상을 출연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미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금융지원 정책에 동원된 상황에서 민간 금융사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라임‧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에 대한 무거운 징계를 예고하고 있다. 금감원은 오는 28일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전직 은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 금감원은 올해 1분기 중으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기업은행을 비롯해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8개 은행을 대상으로 제재 여부를 심의한다.
금융당국은 계획된 일정에 따른 제재심의 절차라고 설명하지만, 금융사들 입장에선 여당의 각종 요구 사항과 맞물려 금융정책 지원의 부담을 떠안으라는 팔 비틀기로 느낄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의 제재와 여당의 요구에 "숨 쉬기도 어렵다", "여기가 정부산하 은행인가"라는 등 얘기가 나온다.
이에 금융권에선 고질적인 관치금융에 최근 선거를 앞둔 정치금융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흔들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지고 있다. 4월 보궐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금융권을 향한 정치권의 요구는 더 노골적이고 반시장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힘든 사람들에게는 이자를 받지 말라는 이자멈춤법 같은 경우는 전세계 어느 금융시장에서도 통하지 않을 요구이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며 "문제는 내년이면 대선인데, 또 얼마나 황당한 요구를 하고 금융사들을 서민 등골 빼는 집단으로 만들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