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엔대사 지명자 "동맹협력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 존중토록 중·러도 관여해야"
美 민주당서도 '약화'된 대북제재 우려 제기돼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예고한 가운데 유엔(UN)주재 미국대사 지명자가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러시아와의 공조를 언급하고 나섰다.
표면상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상 대북제재 효과를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돼 향후 미국이 제재 고삐를 죌 수 있다는 관측이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 지명자는 27일(현지시각)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동맹인 한국·일본은 물론 중국·러시아와도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머스-그린필드 지명자는 "우리는 확실히 동맹국들과 (북핵 문제에) 다시 관여해야 한다"며 "우리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는 미국 혼자 가려고 했고, 동맹국들은 홀로 남겨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관계를 양자관계 중심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역내 동맹국과 공조해 다자주의적 관점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겠다는 바이든 행정부 대외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토머스-그린필드 지명자는 동맹인 한국·일본 외에도 중국·러시아와 함께 북핵 문제에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북한에 대한 제재를 존중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중국·러시아와 재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논의들이 유엔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등 '고위급 관여'를 통해서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양자관계 중심의 대북정책이 중국·러시아의 대북제재 이탈을 부추겼다고 보고 '제재 정상화'를 위한 다자주의적 접근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예고한 것이기도 해 '신속한 대북관여'를 바라는 문재인 정부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이 '느슨한 제재'로 이어졌다는 지적은 미국 집권당인 민주당에서도 제기됐다.
조만간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게 될 밥 메넨데즈 외교위 민주당 간사는 토머스-그린필드 지명자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도발과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 공들여 만든 유엔 제재 체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파괴됐다(gut)"며 "제재 체제가 간신히 생명만 유지하는 수준이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중국의 대북제재 이탈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부터 꾸준히 제기되기 분위기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위성사진과 미 국무부 고위 관료 인터뷰를 바탕으로 북한과 중국이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석탄 밀거래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WSJ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석탄 수출액은 3억3000만∼4억1000만 달러(약 3585∼4455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