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명 동의한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
소추안 마련 전 백지에 도장부터…졸속 논란
이탄희 "실무적 차원에서 처리한 것"
"사법부 길들이기 목적 이유불문 처리" 지적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만들어지기 전 의원들로부터 '백지도장'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처리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1일 국회 의안과에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뒤 취재진과 만난 이 의원은 "소추안은 내부적으로 법사위원들과 여러 차례 논의와 동의를 통해 완성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탄핵안이 나오기 전에 먼저 도장부터 받았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의원 측은 지난달 29일을 전후로 탄핵안 동의 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발의 시간에 쫓겨 백지에 먼저 동의 서명을 받은 뒤 소추안을 추후 확정하는 등 일반적인 발의 절차와 달라 '졸속'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재판에 나온 내용으로 의원들을 설득했다"며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법사위는 법사위원대로 탄핵안을 준비했고, 공발과정은 공발대로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다수의 의원들이 법관 탄핵에 동의했기 때문에 '백지도장'은 형식상의 문제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안을 제대로된 절차 없이 발의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여야의원 161명의 동의할 정도로 가결이 유력하다면 더욱 절차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법관 탄핵이라는 게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그런 중대성을 감안했다면 더욱 절차에 충실할 필요가 있었다"며 "정식의 절차를 밟지 않고 그렇게 급하게 추진했어야할 일이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안에 대해 의원들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써 판단을 하는 엄중한 국회의 독자 권한"이라며 "이런 중차대한 일을 내용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도장부터 찍었다는 것은 원천무효가 될만한 사안이다. 대통령 탄핵도 그런 식으로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이른바 '문빠'들의 눈치를 보고, 또 스스로를 거수기라고 생각하니까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수진 의원은 법관 탄핵으로 사법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는데, 다른 판결을 하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사법부 길들이기를 위해 이유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