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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탄핵대상은 김명수 대법원장 아닌가


입력 2021.02.03 11:10 수정 2021.02.03 10:56        데스크 (desk@dailian.co.kr)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대한민국’에 판사도 예외 아닌 듯

정권에 불리한 판결 지속…‘법원 겁박용’, ‘판사 길들이기용’

김명수, 여당의 자신 양들 공격하고 잡아먹는 것 방관과 동조

사회 혼란 세력의 사법부 길들이고 장악에 사법부 수장이 앞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 대법원장을 예방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정사상 유례없는 법관탄핵이 현실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설마설마했는데 거대한 여권에서 탄핵안을 기필코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지금 행태와 분위기를 보면, 단순한 으름장이 아닌 것 같다. 현 정권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대한민국’에 판사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 탄핵사태의 실체와 의도를 안다. ‘법원 겁박용’, ‘판사 길들이기용’이 확실한 것 같다. 상당 기간 정권에 불리한 판결이 계속됐다. 입법부나 행정부와 달리 판사는 ‘법과 양심에 의해서만 판결’을 한다. 그게 말뿐이 아님이 확인된 것이다. 여권은 뭔가 크게 어긋나고 생각했을 것이다.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이 발의했고, 같은 판사 출신 의원들이 총대를 함께 멨다. 그들은 ‘사법농단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출신을 보면, ‘사법부 길들이기’를 정치적 소명으로 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정치권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대법원장의 행태다. 거대 여당은 어떤 분야도 가리지 않고 횡포를 거듭하지만, 사법부의 독립성과 제 식구를 보호해야 할 대법원장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라고 해도 그는 평생 사법부에 몸담아 살아왔던 판사다. 법원행정처를 경험해 보지 못한 최초의 대법원장이라 하지만, 뼛속까지 판사여야 진정 대법원장의 자격이 있다. 그런데 그가 하는 행태를 보면 ‘설마’가 ‘역시’가 되는 분위기다.


탄핵의 대상이 된 임성근 판사가 지난해 봄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대법원장에게 표했다고 한다. 큰 수술을 받아 제대로 된 판사업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법농단 혐의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일단 임 판사의 사직이 사법부에 부담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럼 탄핵 안 되지 않나”였다고 한다. 임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도왔던 인물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판사들 사이에선 배은망덕(背恩忘德)이란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법조계 내외에서 ‘정작 탄핵대상은 김명수 대법원장’이란 소리까지 나온다.


이솝우화에 나온 이야기다. 양치기가 있었는데 산에서 새끼 이리를 데려온다. 그 이리는 양치기 개들 사이에서 자란다. 처음에는 곧잘 양치기 일에 충실해, 다른 개들과 함께 양 떼를 보호한다. 하지만 이리의 본성이 곧 발현된다. 이 이리는 피에 끌리듯이 숲속의 다른 이리를 찾아가고, 자기가 돌보아야 할 양들을 이리 동료들에게 상납하고 함께 포식한다.


지금 김명수 대법원도 마찬가지 아닐까? 행정부의 검찰과 입법부의 여당이 자신의 양들을 공격하고 잡아먹는 것을 방관할 뿐 아니라 조장하고 함께한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초 사법농단을 무기 삼아 법원을 장악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소속돼있었고 회장까지 맡았던 단체 출신 판사들이 사법농단으로 자기 식구를 검찰수사로 내몰았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 운 판사들도 많았다고 한다. 사법부 수장이 된 김 대법원장이 재판에 도움을 주기 위해 판사들에게 피의자 입장에서 ‘검찰의 두려움’을 일깨워 준 것일 수도 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재판 결과 판결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효과였을까? 판사들의 소명 의식을 더욱 부각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검찰과 법무부 갈등 사건에서 진정 두려운 대상이 검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여하튼 김명수 대법원장도 뿔이 났을 것이다. 의도가 빗나갔고 영이 서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만든 ‘사법농단 사건’으로 본인의 지시를 현장에 전달할 법원행정처가 제 역할을 못 하니 ‘벙어리 냉가슴’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무리수를 쓸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는 다음 정권까지 이어진다. 임기가 6년이고 현 정부 초에 임명됐기 때문에, 차기 정부와 1년여간 동거를 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 탄핵을 두려워해 ‘칭병(稱病)’을 해 물러나려 해도, 본인이 해 놓은 말이 있고 조치한 것이 있기 때문에 조용히 그만둘 수도 없게 됐다. 판사들의 원한이 커지고 그의 임기 종반은 불안과 공포로 점철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사법부는 계속 혼란 중일 것이다. 이런 내부 분위기로 인해 재판 결과가 국민 신뢰를 잃으면 국가시스템은 안정될 수 없다. 사법부가 국가체제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국가 존망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김 대법원장의 책임은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탄핵사태로 많이 망가졌다. 아직도 그 여파는 진행형이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회가 혼란에 빠지지 않고 견뎠던 것은 사법부가 일정한 범위에서 역할을 해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 혼란 세력이 사법부까지 정치적으로 길들이고 장악하려 한다. 그런데 사법부 수장이 앞장을 서는 형국이다. 이제라도 김 대법원장은 제 자리를 찾아주기를 바란다. 말로만이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위해 나서야 한다. 법관탄핵의 부당성을 공개적으로 말해야 하고, 탄핵 세력과 맞서 싸워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안전을 도모할 수 있고, 나라도 회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더 방관과 조장을 계속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뿐 아니라 스스로 헌재와 법원의 법정 앞에 설 것이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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