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 위해 배당 줄이라면서 이익공유 압박...업계 “이중행태”
경영진 배임 책임 가능성도...이해당사자들 간 자율적인 결정 필요
정치권의 과도한 금융 개입이 시장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 최근 정치권의 이익공유제 참여와 정부의 배당 축소 압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 불만이 거세졌다. 잇따른 규제 리스크에 따라 은행 부실과 투자자 이탈이 부각된 가운데 관계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특히 이익공유제와는 배당 축소와 모순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대됐다. 이익공유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돈을 번 업종의 이익을 피해 업종과 나누자는 취지다. 기업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할 수 있는 사회책임채권 발행이나 상생협력기금 등의 기금 형태가 거론된다. 은행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이익이 오히려 늘어 이익공유제의 대표적인 대상으로 꼽힌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를 명분으로 배당은 자제하고 자본을 축적하라고 한 데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올해 6월까지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의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업종과 이익을 나누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배당을 줄여 그 돈을 이익공유제로 내놓으라는 이중행태로 보일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배당주로 인식되는 금융주의 투자 매력도 떨어졌다.
업계는 이러한 방침이 반(反)시장적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은행은 코로나19 관련 대출원금상환 유예와 이자상환 유예 조치 리스크를 감내하고 있다”면서 “또 법인세 체계에 따라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이익공유제의 자발적 참여까지 요구받는 것은 정도를 넘어선 조치이며, 정부의 여전한 관치 습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번 돈을 다른 곳에 쓰는 이익공유제가 형법상 경영진의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배당과 이익공유제에 대한 외국인 및 개인 투자자들의 문의가 연일 쇄도해 곤란을 겪고 있다”면서 “배임 이슈 등으로 발생할 소송을 대비해 법률 검토 작업에도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결국 금융권 안팎의 경영 환경과 주주가치 훼손이 증시 발전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시장경제의 근간인 기업의 이윤 동기가 흔들리면 주주이익이 침해되고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사태로 이어진다. 이는 코스피 3000시대를 열고 새로운 역사를 맞이한 증시에 커다란 악재를 불러올 수 있다. 이에 은행의 사회적 책임 이행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제 주체가 엮인 이익공유제는 이해당사자의 자율에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