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란의 '선제적 조치' 주문
'나쁜 행동에 보상 않겠다'는 뜻
북핵문제에도 같은 '원칙' 내세우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핵협정(JCPOA) 복귀와 관련해 미국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먼저 완화할 일은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적 관여'에 있어 '나쁜 행동에 보상을 줄 수 없다'는 점을 못박음에 따라,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같은 접근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전파를 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해 먼저 제재를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No)"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선제적으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별도 답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핵협정이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를 계기로 어그러진 상황이지만, 이란이 핵협정 조항을 위반하는 상황에서 대이란 경제 제재를 선제적으로 완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는 그간의 협상 흐름과 무관하게 '이란의 나쁜 행동에 보상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역시 이란이 약속을 이행해야만 핵협정에 복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달리 이란은 미국의 선제적 제재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연설에서 "만일 이란이 의무로(핵협정으로) 복귀하길 원한다면 미국은 실제로 모든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메네이의 대미 메시지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하메네이는 미국의 선제적 제재해제를 검증한 뒤 핵협정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이는 이란의 확정적이고 불가역적인 정책"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전임 행정부인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핵협정을 탈퇴해 대이란 제재를 강화했으니 미국의 선제적 제재완화가 있어야만 협상 테이블 복귀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핵협정, 트럼프 '탈퇴'로 '흔들'
이란, '맞대응' 차원서 협정 조항 '위반'
오바마 행정부 주도로 지난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핵협정에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 등 6개국이 참여했다.
해당 협정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은 대이란 경제 제재에 대한 단계적 완화를, 이란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폐기와 우라늄 농축 한도(4%) 제한을 약속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5월 해당 협정이 이란 핵 개발을 막지 못한다며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후속 조치로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부활되자 이란은 핵협정 조항을 위반하고 우라늄 농축과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재추진했다.
현재 이란은 핵협정 이전 수준(20%)으로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이기 위해 포르도 우라늄 농축 공장을 재가동한 상태다. 앞서 이란 의회는 지난해 12월 미국이 2개월 안에 경제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이란 정부가 의무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서야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美, '선제적 제재완화 불가' 기조
대북협상서도 적용될 가능성
미국의 '선(先) 제재완화 불가' 방침은 대북협상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는 제재완화 카드로 북한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보는 문재인정부 입장과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제재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북한)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북한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표하며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산 의지는 국제평화·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 대북협상팀에서 활동한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 있어 북한과 어떤 형태의 관여를 생각하기 전에 일정기간 최대한의 대북 압박정책을 새롭게 펼치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