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난해 최악의 한 해...올해도 여객 수요 회복 요원
대한항공-아시아나, 화물 수요 대체로 위기 극복 속 M&A 속도
LCC, 무방비로 리스크 노출...반전 카드 없어 깊어지는 한숨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최악의 한 해를 보인 항공업계가 올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도 항공수요 회복이 요원해지면서 고난의 행군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관심은 이제 내년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형항공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물이 급감한 여객 수요를 대체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위기를 타개할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해 내년 재도약 발판 마련에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간 실적으로 매출 7조4050억원, 영업이익 2383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신음했지만 나홀로 흑자를 달성하며 선방했다.
대한항공이 나홀로 흑자를 달성한 것도 화물의 활약에 기인한 것이다. 지난 4일 공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 매출은 2조52억원으로 전년도(7조7675억원) 대비 74% 감소했지만 화물 매출은 4조2507억원으로 전년도(2조5575억원)대비 66% 증가했다.
아직 화물사업 매출 증가분(+1조6932억원)이 여객사업 감소분(-5조7623억원)의 30%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이에 화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여객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는 동반 성장 효과가 발생하면 올해도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질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는 16일 실적을 발표하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영업손실이 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올해 화물 수요 증가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다.
양 대형항공사는 지난해 결정된 인수합병(M&A)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터기 경쟁당국(TCA·Turkish Competition Authority)의 심사를 통과하면서 M&A를 위한 관문인 기업결합심사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뀄다.
아직 국내를 비롯,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8개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임의적 신고 대상 국가인 영국과 호주의 심사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향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양사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객 수요를 온전히 대체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겠지만 증가하는 증가하는 화물 성과는 분명 고무적인 일”이라며 “올해가 지난해보다는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사가 성과 개선과 함께 M&A가 속도를 내면 내년 재도약을 위한 발판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LCC들은 화물과 같은 대체재가 없다시피해 더욱 짙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여객 수요 급감으로 인한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에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5일 실적을 발표하는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증권사들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가 약 3000억원(매출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도인 2019년(매출 1조3761억원·영업손실 384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는 약 8배 가까이 늘어나는 반면 매출은 30%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지난 4일 실적을 발표한 진에어는 영업손실 1847억원(매출 2718억원)으로 지난 2008년 창립 이래 가장 큰 적자를 시현했다. 앞서 지난 1일 실적을 공시한 에어부산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970억원(매출액 1894억원)으로 전년도(-378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5배가 넘었다.
16일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티웨이항공도 지난해 1000억원의 넘는 영업손실로 전년도(-192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가 아닌 에어서울과 플라이강원도 실적이 공시되지는 않지만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경영난 악화로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대형항공사들이 급감한 여객 수요를 화물 수요로 대체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반면 LCC는 반전을 위한 해법이 없어 올해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LCC들이 그동안 고도의 성장 과정에서 여객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전략으로 화물은 상대적으로 도외시한 것이 위기의 순간에 큰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의 경우, 여객기 하단부 화물칸을 활용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 방식으로 부수적으로 해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뒤늦게 나섰지만 실적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진에어가 국내 LCC 최초로 B777-200ER 여객기 1대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하고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도 기내 수하물 보관함(Overhead bin) 활용 및 여객기 좌석에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부정기 노선의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를 통한 여객 수요 회복이 이뤄져야 하는데 연내에는 요원해 LCC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업계, 그 중에서도 LCC들은 올해 실적 개선은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문제는 내년 재도약을 위한 기반이라도 마련돼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