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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공매도 3대 과제' ③] '감놔라 배놔라' 정치권 개입 차단


입력 2021.02.15 07:00 수정 2021.02.14 20:12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여야 경쟁하듯 법안 쏟아내 '전산의무화' '원스트라이크아웃' 추진

금융권 "당국이 여당부터 적극적으로 설득해 정책 신뢰도 높여야"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1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당정협의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이 종료되는 5월 3일까지 공매도 논란을 가라앉혀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보완책 마련과 함께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개인투자자들과의 소통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여기에 동학개미 표심 냄새를 맡은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방어벽도 쌓아둬야 하는 상황이다.


공매도 논란이 폭발하게 된 데에는 정치인들의 개입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천만 동학개미'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이 횡행하면서 정책 결정에 혼선을 빚게 하고, 결과적으로 시장질서를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정치가 끼어들면 일을 망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앞에 금융권이 놓인 모습"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절차적으로는 공매도 금지 관련 사항은 금융위원회 의결 사항이다. 은성수 위원장과 도규상 부위원장, 최훈 상임위원, 심영 비상임위원 등 4명의 당연직 위원을 포함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융위 전원회의에서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위는 4.7보궐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끼어들면서 논의의 주도권을 내줘야했다. 금융권에선 공매도 금지 기간을 '한 달 반 연장'한 금융당국의 조치를 선거 일정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통상 시장 조치를 '3개월‧6개월‧12개월' 단위로 결정해온 금융위의 결정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앞서 박용진‧양향자 민주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공매도 금지기간 연장을 압박했고, 국정실무를 지휘하는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제도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매도 금지 연장론에 힘을 실었다. 대권행보에 나선 이재명 경기지사도 "공매도 금지를 추가 연장해야 한다"고 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시정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공매도 논의에 숟가락을 얹었다.


여권의 압박을 받는 금융위 입장에선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였다. 당초 금융위는 1월까지만 해도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재개를 공식화하는듯했지만, 여권의 노골적 요구에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한발 뒤로 물러났고, 결국 금지기간 추가 연장 결정을 내려야 했다.


"정치적 결정은 또 다른 정치적 결정 낳아…여당부터 '내편' 만들어야"


현재 금융위를 비롯한 정책기관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승리를 위해 정책지원에 나서야하는 '유세 지원단' 역할을 강요받고 상황과 맞물려 "지나치게 정무적인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증권시장 관계자는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적인 정책결정은 나중에 또 다른 정치적 고려를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론의 단맛을 본 정치권에선 경쟁적으로 공매도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공매도 거래시 전산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발의했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 번이라도 불법 공매도를 하면 공매도 시장 진입을 금지하도록 하는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법'을 내놨다. 우리 증권시장의 현실을 감안하기 보단 여론에 편승한 법안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는 사이 제목소리를 내야할 경제‧금융학계에선 개미를 등에 업은 정치권의 눈총에 공매도 재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는데 주저하고 있다. 일부 민간 금융사 소속 연구원이나 국책연구기관 학자들의 목소리는 '기관과 외국인을 대변하는' 의견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선 정치가 무리하게 끼어들면서 정책 예측성을 떨어뜨리는 등 시장에 혼란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의 사령탑인 금융위가 정책 결정권을 잃은 모습을 보이면서 단순히 체면을 구긴 것을 넘어 정책‧감독당국으로써 시장에 영(令)이 서질 않는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여당이 금융위의 정책에 어깃장을 놓으며 야당 노릇을 하고 있으니 정책신뢰도를 얻기 어려워 난감할 것"이라며 "어렵더라도 여당 의원들부터 만나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내편'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은성수 위원장이 여당 의원들 모아놓고 공매도 강의라도 해줘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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