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경영권 분쟁 사실상 승리…그룹 경영 탄력
코로나 속 화물전환 역발상으로 대한항공 흑자 이끌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화물 전환을 통한 대한항공의 흑자 달성 등 총수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특히 경영권 분쟁 등 어려운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며 산업은행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등 승부사적 모습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통합절차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만큼 글로벌 7위 규모의 ‘메가 캐리어’를 조 회장이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CGI, 반도건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으로 구성된 3자연합은 다음 달로 예정된 한진칼 주총을 대비한 주주제안서를 현재까지 발송하지 않았다.
주총 개최 6주 전까진 주주제안을 제출해야 하는 관련법상 늦어도 지난 12일까지는 주주제안을 마쳐야 했다. 사실상 조 회장이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은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이 컸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면서 3자연합의 지분율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66%를 보유하고 있다.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45.23%에서 40.39%까지 줄었다. 조 회장 역시 41.04%에서 36.66%로 줄었지만 산업은행이 주총에서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경우 총 47.32%까지 올라 3자 연합 지분을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경영에 보다 탄력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 회장이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궤멸적 타격을 입는 와중에도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만큼 시장 평가도 긍정적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내 항공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하며 눈길을 끌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38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17% 줄었지만 글로벌 유수 항공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대한항공의 호실적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 화물 운송에 적극 대응한 조 회장의 역발상이 크게 작용했다.
조 회장은 앞서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해 여객기들이 잇따라 공항에 발이 묶이자 “유휴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공급선을 다양화하면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것을 추진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운휴 중인 보잉777-300, 보잉787-9, A330-300 등 여객기의 벨리(Belly·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을 적극 활용해 항공 화물시장 수요에 대응해왔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절차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어 기대가 높다. 코로나로 위축된 여객 수요 회복과 함께 ‘메가 캐리어’의 역량을 바탕으로 한진그룹이 더 높은 도약을 이뤄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터키 경쟁당국(TCA·Turkish Competition Authority)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지난해 경영활동을 통해 취임 초기 제기됐던 능력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을 모두 불식시켰다”며 “지금까지 보여준 리더십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에 한진그룹의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