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韓과 달리 '시진핑 방한' 언급도 안 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중국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역 협력체를 지지하며,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가르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1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왕 국무위원과 정 장관이 전날 국제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이 자유민주적 가치를 앞세워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의 적극적 참여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지역협력체와 관련해 '개방성'과 '포용성'을 강조한 것은 미국이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꾸려가고 있는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반중 군사전선 성격을 띠는 쿼드에 한국·필리핀 등을 포함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정 장관 역시 취임 당일이었던 지난 9일 △투명성 △개방성 △포용성 △국제 규범의 준수 등 '4대 기준'을 제시하며 "어떠한 지역협력체 또는 구성과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정 장관이 제시한 4대 기준 중 개방성과 포용성을 콕 집어 거론한 것은 '중국 배제' 성격을 띠는 쿼드에 대한 강한 반감이 반영돼있다는 평가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왕 국무위원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중국은 한국이 한반도 상황에 당사자가 되는 독특한 역할을 중시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왕 국무위원은 "한반도 정세가 한국과 중국 각국의 중요 이익과 연관된다"며 "중국과 한국은 반드시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한국 외교부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정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왕 부장과 통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두 사람이 양국 정상 간 교류가 한중관계 발전에 미치는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자료에는 시 주석 방한 관련 언급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정 장관이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자는 발언을 했다'고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