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착각 조장하는 플랫폼" 지적
사용여부,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유행에 민감한 인싸(각종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들)들은 요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아닌 클럽하우스에 모여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3월 미국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라는 기업에서 만든 음성 기반 SNS다. 2월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오프라 윈프리가 클럽하우스에 등장하고 국내에서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유니콘 기업 CEO부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치인들이 참여하며 화제가 됐다.
클럽하우스는 채팅창, 좋아요 버튼이 없고 대화로만 소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무나 가입할 수 없고 애플의 아이폰 유저와 초대장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어 희소성을 높였다. 사용하는 방법은 모더레이터가 방을 만들면, 모더레이터가 지정한 스피커가 음성으로 대화를 할 수 있고 나머지는 청취자가 되는 구조다.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연예인들 역시 클럽하우스 열풍에 동참했다. 박중훈, 쌈디, 바다, 윤하, 행주, 스윙스, 레인보우 지숙, 김동완, 노홍철, 유병재 등이 클럽하우스에 스피커로 나서며 이용자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용자들은 글, 이미지, 동영상을 게시하고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방식이 아닌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연예인 역시 주제에 대한 빠른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박중훈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주제를 정하지 않고 다양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을 자주 만들어 자주 클럽하우스에 등장한다. 그의 방은 보통 500명이 넘어간다. 노홍철이 만든 방은 매일 밤 인기다. 많은 이용자들이 그로부터 스피커로 지정되기 위해 손을 든다. 방 인원수에 비해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지만 그는 되도록이면 공평하게 스피커 권한을 부여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호란은 늦은 밤 노래를 부르는 '자장가 방'을 만들어 소통하고 있고, 행주는 '동물사랑 방'으로 수의사,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고 같이 해법을 찾는다. 인디 가수를 다수 보유한 음악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18일 오후 9시 가수 요조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북토크를 클럽하우스에서 300명과 함께 진행했다. 마이크로닷은 자신의 방에서 신곡을 들려주며 반응을 살폈다. 임수정과 공효진은 스피커가 돼 팬들의 질문에 묻고 답했다.
모든 연예인이 스피커로 클럽하우스를 활용하는 건 아니었다. 이청아, 보라, 크러쉬 등은 청취자로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것이 종종 목격됐다. 위너의 송민호, 헤이즈, 이하이, 효민, 소유, 장근석 등 젊은 세대에 인기있는 연예인들도 클럽하우스를 시작했다.
반면 클럽하우스 소통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는 연예인도 있었다. 딘딘은 지난 9일 '딘딘의 뮤직하이'에서 스피커와 청취자로 나뉘는 방의 구조, 초대를 받아야만 하는 경로,아이폰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을 언급하며 "저는 개인적으로 끼리끼리 떠들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화할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는 이야기 할테니까 너희는 듣기만 해'라는 뉘앙스를 받았다"고 사용 후기를 전했다.
이어 "하면서 느낀 건 좋은 점은 소통이 되더라. 세계에서 일어나는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권력화된 소통이 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사람과 사람이 위 아래가 있는 것처럼 나누는 것 자체가 불편함이 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김지훈 역시 클럽하우스에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김지훈은 13일 인스타그램에 "인플루언서나 셀럽들을 던져놓게 되면, 그 후엔 자동적으로 홍보가 되고 자발적으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유저가 모이게 되는 믿기 힘든 결과물에 도달하게 된다"며 "초대장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들고, 결국엔 어떻게든 가입을 해야만 스스로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듯한 착각을 조장하게 된다. 진짜 만든 사람 천재"라고 지적했다.
연예인들이 클럽하우스로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과 관련 한 관계자들의 시선도 달랐다. 한 관계자는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다. 말을 잘하고 흐름을 주도하는 연예인이라면 이미지 상승의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말을 잘 못하거나 욱하는 기질이 있는 연예인이 섣불리 클럽하우스에 참여한다면 논란이 되기 쉽다"면서도 "아직 논란이 될 만한 일은 없지만 다른 SNS와 달리 검열이 없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지고 있는 양에 비해 공급이 적을 때 가치가 훨씬 높게 느껴지지 않나.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초대제이기 때문에 더 열기가 뜨거워진 것 같다. 소통을 중요시하고, 유행하는 것을 캐치해야 하는 연예인이 클럽하우스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우려로 인해 개인 SNS를 하지 말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소속사 대표는 "소속 연예인이 클럽하우스로 이슈가 된다면 별로 달갑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이 한 순간의 유행으로 끝날 것 같진 않다. 실명 기반이기 때문에 부담스럽지만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며 클럽하우스 내 팬미팅을 비롯한 프로모션이 점차적으로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