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택지 어디서 솟아나나…후보별 구상은
우상호, 도로·철길 덮개 씌워 공공주택 공급
범야권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공통적 강조
그린벨트 해제에는 여야 막론 '원칙적 반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정책적 최대 쟁점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주택공급 물량 확보 방안에 대한 예비후보들의 복안은 무엇일까.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도 불가피할까. 천만 서울시민들의 관심사에 대한 데일리안의 서면질의에 8명의 여야 유력 예비후보들은 일부 공통되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8인8색'으로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해법을 내놓았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은 부동산 문제의 해법으로 공공주택 공급을 내세웠다. 공공주택 공급은 부지 확보가 관건인데, 우 의원은 공공부지에 해당하는 철길과 도로의 상부 공간을 활용하겠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서울시내 경부선·경인선 철길과 한강변 도로의 상부에 인공대지를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복층화해 공공주택과 주민편의시설 공급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국유지와 시유지 등 공공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30년 이상 된 노후 공공임대주택단지·물재생센터·용산정비창 등 '숨겨진 땅'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당 후보인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전 장관을 제외한 6명의 범야권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서울에는 가용 가능한 택지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서울시내에 대규모 택지 공급이 가능한 빈 땅이 남아있지 않다"(오신환 국민의힘 전 의원), "기본적으로 서울에는 가용토지가 많지 않다"(금태섭 무소속 전 의원)는 인식을 바탕으로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는데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 범야권 후보들은 "용적률·건폐율·층고제한 등을 확 풀어야 한다"(나경원 전 원내대표), "법률에서 정한 최대 용적률보다 50~100%p 낮게 설정된 서울 용적률을 정상화해야 한다"(오신환 전 의원) 등 규제 완화를 일제히 약속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스피드 재건축"(조은희 서초구청장), "재개발·재건축 패스트트랙"(오신환 전 의원), "'서울형 공공재개발'을 포함한 공격적인 공급"(금태섭 전 의원)을 통해 민간 공급 주택 물량의 조속한 확대로 서울의 부동산 시장을 단기간에 안정화·정상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공통적인 재개발·재건축 관련 용적률·층고제한 등 규제 완화 외에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상업지역의 주거비율을 끌어올려 역세권 주거 공급 확대를, 오신환·금태섭 전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이 해제한 지구의 정비사업 재추진을 제시했다. 금 전 의원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중앙정부에 대출 관련 규제 완화도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준공업지역에 주목했다. 서울시내 준공업지역은 영등포·강서·구로·금천 등 주로 서울 서남권에 집중적으로 소재해 있는데, 빌라와 소규모 공장이 두서없이 뒤섞인 이들 준공업지역을 축소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지역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은 여야를 막론한 8명의 후보자들이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녹지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주택 지을 택지가 없으니 녹지를 해제하자는 것인데, 발상을 전환하면 된다"(우상호 의원)는 의견을 필두로 박영선 전 장관,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 조은희 구청장과 금태섭 전 의원이 그린벨트 해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다른 방안을 통해 부동산 안정을 꾀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안철수 대표 역시 그린벨트 해제에는 원칙적으로 반대이지만, 명목만 그린벨트일 뿐 이미 음성적으로 난개발이 진행돼 전혀 녹지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곳은 '유휴부지'로 봐서 주택 공급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오신환 전 의원은 서울 주변 그린벨트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경기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 시장이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의 규모가 제한적이라 해제해도 효용이 없다고 답했다.
우상호, 文정부 국정철학 발맞춰 '공공'에 방점
"올림픽대로와 철길에 인공대지 씌워 공공주택
16만호 대표공약…공공부지라 시간도 안 걸려"
박영선 "국유·시유지 토지임대부로 반값 공급"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을 묻는 질의에 대해 8명의 후보 중 가장 '공공'에 방점을 찍었다. 집권여당 후보답게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에 발맞춰 민간 재개발·재건축보다는 공공주택 대규모 공급을 통해 부동산 안정을 꾀하겠다는 구상으로 범야권 후보들과 뚜렷한 전선을 형성했다.
우상호 의원은 "우상호의 대표공약 '16만 호 공공주택 공급'에 해답이 있다"며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경부선·경인선 등 서울시내 철길 위에 인공대지를 씌워 주민편의시설과 공공주택을 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분당수서로 매송~벌말 1.9㎞ 구간 등에서 기존 고속화도로 위에 '덮개'를 덮고 상부를 공원화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데, 이같은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 의원은 "서울역에서 신도림역 지나서 안양으로 향하는 철길 위에 인공대지를 씌워 각종 커뮤니티와 공공주택을 짓는 것은 서울 같은 과밀도시에서 인공대지를 확보할 획기적 정책"이라며 "이미 해외에서 검증이 됐고, 공공부지여서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유지와 시유지에 토지임대부 방식을 적용하면 저렴한 반값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서울에는 30년 이상 노후된 공공임대주택단지·물재생센터·용산정비창 등 숨겨진 땅들이 많은데, 이러한 부지들을 활용해 주택용지 확보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나경원, 용적률·건폐율·층고제한 완화 약속
"상업지역 주거비율 올려 역세권에 주거 공급"
오세훈, 서울시정 경험자답게 직제개편 언급
"도시계획·주택공급부서 통합…규제들 혁파"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규제 완화 방안과 중요성을 설명하는데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역세권 등에 설정된 상업지역에 주목했다. 상업지역의 주거비율을 끌어올려, 청년이나 사회초년생 등이 출퇴근시 선호하는 역세권 주거 공급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2018년 기준으로 서울에 지은지 20년 넘은 노후 주택이 무려 45%며, 재건축 연한에 해당하는 30년 이상 주택만도 17.6%"라며 "이 주택들을 재개발·재건축만 해도 민간 20만 호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용적률과 용도지구·건폐율·층고제한 등 여러 규제도 확 풀어야 한다"며 "상업지역의 경우에는 주거비율을 90%까지 올려서 역세권 주거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은 8명의 후보 중 유일한 서울시정 경험자답게 서울시 조직의 직제개편을 언급했다. 서울시청 도시계획부서를 주택공급부서와 통합해 시정의 방향이 확실하게 주택 공급 확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도시계획부서를 주택공급부서와 통합할 것"이라며 "서울시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기본계획·내부지침·방침 등 '서랍 속 규제'들도 혁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산업시설 이전 등에 따라 주거지 여건으로 변한 지역은 현황에 맞춰 준공업지역을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희, '시가지 대개조, 스피드 재건축' 천명
"민간 주도로 스피드 재건축 이뤄질 수 있도록"
오신환, 공급부족분 추산…'패스트트랙' 도입
"연 4만 호 부족…재개발·재건축 '패트' 도입"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기성 시가지의 대개조(大改造)를 내세웠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머무르지 않고 민간 주도로 '스피드 재건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서 조속하게 서울의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약속이다.
조은희 구청장은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어 그린벨트 등 도시 외곽부로의 '평면확장'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며 "현재 필요한 것은 도심 외곽부의 그린벨트 해제가 아니라, 기성 시가지의 대개조"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민간 주도로 스피드 재건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약 또한 빼놓지 않았다.
오신환 국민의힘 전 의원은 서울시의원부터 정치 경력을 쌓아올린 점을 보여주듯 서울시의회의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현재 서울시 주택의 공급 물량 부족분을 '연 4만 호'로 구체적으로 추산하며, 박원순 전 시장이 해제한 재건축·재개발 구역을 전수조사해 정비사업을 재추진하되 '재개발·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속도감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신환 전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 393개 정비구역을 해제하며 아파트 공급 감소 규모가 25만 가구에 달하는데, 이들 지역부터 전수조사를 벌여 사업성이 양호한 곳은 정비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라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최대 용적률보다 낮게 설정된 서울시 용적률도 정상화해 현재보다 50%p만 상향해도 전용면적 85㎡ 기준으로 공급물량을 17%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유휴부지 활용이 1순위·규제완화 추가
"공공청사부지 등 1순위 활용해 주택공급한다"
금태섭, 중앙정부에 대출규제 완화 요청 약속
"뉴타운 지정해제 지역 등 25만 가구 재확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들처럼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도 노후 공공청사 부지·공공기관 이전부지·서울시 소유 유휴부지 등 공공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도 함께 강조했다. 이미 난개발돼버린 곳에 한해 일부 그린벨트도 '유휴부지'로 봐서 주택 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안철수 대표는 "주거 안정을 위해 시 소유 유휴공간·노후 공공청사 부지·주차장·준공업지역·공공기관 이전부지 등 각종 유휴부지를 1순위로 활용해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지구내 아파트 신축 종상향 등으로 추가적인 주택 건설 여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금태섭 무소속 전 의원은 서울의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재개발을 통한 공급 확보밖에 없다며, 과거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곳,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 지구 해제를 한 곳 등의 주민의 뜻을 다시 물어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시장이 되면 중앙정부에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 완화를 요청해 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과거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지역 주민들의 뜻을 물어 민간이 주도해 재개발을 진행하고 공공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추진하겠다. 내가 공약으로 내세운 '서울형 공공재개발'"이라며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서울시가 재개발 지구를 해제하면서 지난 10년간 25만 가구가 건설되는 게 막혔는데, 그 부족해졌던 25만 가구를 다시 확보하는 게 가장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