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벤처펀드 출자 금액 1330억원...전체 기관대비 출자 비중 2%
IB성과 미흡, 기업금융환경 악화로 중기특화증권사제도 활성화 주춤
증권사들이 주식시장에 밀려드는 유동성 여파로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위험자본 공급 기능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동학개미의 투자열풍이 거세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으로 짭잘한 이익을 올렸다. 국내 증권사(57곳)들이 지난해 신용융자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이자는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규모는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른다.
증권사들은 주식거래를 통한 수익이 커지면서 리테일 업무에 대한 비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400대까지 밀렸다가 다시 V자형 반등에 나서면서 주식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역대급 유동성과 거래량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증권사들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1687억원을 기록했다. 주식거래대금이 크게 늘면서 수탁수수료 수익도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기업신용공여는 지난해 상반기 14조3000억원 규모로 2018년(10조6000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으나 중소기업 비중은 2809억원에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업신용공여 비중은 여전히 미미해 위험자본 공급 기능이 소홀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집계한 기관별 벤처펀드 출자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기관중에서 증권사의 벤처펀드 출자 비중은 2%에 머물러있다. 출자금액도 1330억원 규모에 그치고 있다. 증권사의 벤처펀드 출자 비중은 지난 2019년 2.2% 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을 통한 중소벤처기업 자금조달 목적으로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특화증권사 제도를 더 활성화해야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중기특화증권사 지정 증권사로 선정된 곳은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등 6곳이다. 중기특화증권사는 별도 정책펀드를 설정해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최근 기업금융 환경이 악화되며 전반적인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기특화증권사 제도는 도입 이후 지난 4년 동안 중소벤처기업에 1조원의 자금공급과 3조2000억원의 자금조달 지원, 1조7000억원의 자금회수 지원 등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IB성과에서는 미흡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대형증권사가 IPO 시장을 점유하면서 중기특화증권사의 IPO 주관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기특화증권사에 유리한 코넥스 상장도 축소되고 있다. 코넥스 상장은 2018년 21건, 2019년 17건, 2020년 12건으로 줄었다.
이지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가 혁신기업에 대한 위험자본 공급 확대 차원에서 혁신기업 투자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며 "특히 전문성이 낮은 일반투자자를 간접투자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