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자산 활용 한도·제약 없다는 이란 발표와 차이
이란 정부가 한국 내 동결자산의 이전 및 사용 문제를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미국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이란 측이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이란 중앙은행 총재의 면담 당시 우리 측이 제시한 방안에 대해 동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 국영 IRNA 통신과 이란 정부는 전날 유 대사와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간 면담 소식을 전하며, 양측이 한국 내 동결자산 사용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IRNA통신에 따르면, 유 대사는 "이란이 한국에 있는 모든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 대사는 동결자산 활용에 있어 "한도나 제약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방안의 실질적 실현 여부는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져 나갈 것"이라며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놨다.
한국은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이란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란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란은 지난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해당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핵합의(JCPOA)에서 일방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란 중앙은행도 제재대상에 올라 원화 계좌를 활용한 거래도 중단된 상태다.
한국과 이란의 구체적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국이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SHTA)' 활용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는 점에서 관련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해당 방안은 국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스위스 은행으로 송금한 뒤, 스위스에서 약품·식량 등의 인도적 물품을 구매해 이란에 건네는 방식을 골자로 한다.
동결자금을 해외로 송금하기 위해선 미국 승인이 필수적인 만큼, 향후 한미 협상 결과에 따라 최종 성사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다만 한국에 묶여 있는 자금 규모가 워낙 커 SHTA 채널로 동결자금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미국과 이란이 이란핵합의(JCPOA) 복원 관련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어, 해당 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동결자금 문제가 일단락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