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로봇·친환경·수소 신사업 발굴 가속
그룹 스마트 혁신 성과, 경영권 승계 발판 될 듯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그룹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전반에 걸친 스마트 혁신을 통해 '전형적인 중후장대 기업'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성과를 발판으로 경영권 승계에 한 발짝 다가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현재 현대중공업그룹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수소 등 신사업 분야의 사업모델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3일 실시한 현대중공업지주 계열사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는 확보한 8000억원을 로봇·인공지능·수소 등 미래 사업 육성에 사용할 예정으로 이번 투자유치는 정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첫 번째 회사다. 지난해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도 현대글로벌서비스는 15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정 부사장이 입지를 다지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한국조선해양 산하 현대중공업도 연내 IPO를 추진한다. 회사는 약 20%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연료전지 기업 인수합병 등 미래 사업에 전액 투자할 계획이다. 정 부사장이 직접 신사업 투자를 챙기면서 역할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되는 부분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12월 자율운항 솔루션과 항해 보조시스템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신규 자회사 '아비커스'를 설립한 바 있다.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스마트 선박 시장에 선제 투자한 것으로, 정 부사장의 강력한 혁신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정 부사장은 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와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인수합병은 단순히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양사의 연구개발 시너지를 통한 기술 도약을 노렸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정 부사장의 이 같은 광폭행보는 산업계 패러다임 전환에 선제 대응하고,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굳히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산업계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인력집약에서 기술집약으로, 친환경 및 인공지능 기술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 부사장의 성공적인 사업 혁신은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정 부사장은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을 차기 총수로 확실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한 뒤 차근차근 승진가도를 밟으면서 경영수업을 받아왔고 입지도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룹 혁신 성과를 인정받으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경영권 승계로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