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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 끝나나④] 전문가 “부채 증가 심각...나랏빚부터 관리”


입력 2021.03.05 07:00 수정 2021.03.05 17:05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김민석 기자

빈기범 명지대 교수 “팽창적 통화 부작용...부와 소득 불균형 심화”

성태윤 연세대 교수 “금융 아닌 재정 문제...국가부채 관리 시급”

신성환 홍익대 교수 “대출 효과적 억제하고 선의의 피해자 막아야”

오정근 건국대 교수 “민간 부채도 우려...과도한 차입 투자에 신중”


(사진 왼쪽부터 가나다순)빈기범 명지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교수, 오정근 건국대 교수ⓒ데일리안

저금리시대가 저물어가고 부채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전반적인 시장금리가 오른 가운데 은행 대출금리가 더 뛸 가능성이 높아졌다. 빚을 내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나섰던 ‘영끌·빚투족’의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시중금리 상승과 재정 악화 압박은 더욱 강해졌다. 연쇄적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재정과 가계대출에 대한 억제 정책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개인은 차입을 통한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이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선 기준금리가 올라간 것은 아니고 채권시장에서 신용도가 하락한 쪽의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정부가 대규모 재정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채가 쏟아져 나오면서 금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부는 19조5000억원에 이르는 4차 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추경) 패키지 중 약 10조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그는 “재정의 효율화를 먼저 이뤄내야 한다”며 “현재 문제는 금융이 아닌 재정적인 문제로 즉, 국가부채를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금융시장에 대한 자극도가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재난지원금 역시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증권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신용투자에 대한 관리도 필수적”이라며 “감독당국이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점도 여전한 우려 요인이다. 지난달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BEI)은 2.22%로 6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성 교수는 “미국 금리도 마찬가지인데 대규모 부양책으로 인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물가 상승이 병행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 정부도 국채 발행을 서둘러서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리 상승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각 국가가 시장금리를 적정선에서 통제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제시할 경우, 금리가 오르더라도 그 폭이 제한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약 국가에서 정한 시장금리 상한선을 넘어서면 중앙은행이 그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하면 해결되는 문제”라며 “일종의 양적완화적인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국채 발행이 어쩔 수 없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협력해서 시장금리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건전성 관리와 재정지출 여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효율화해 대출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청년층 등의 피해를 막는 것이 주요 과제다.


신 교수는 “금융 당국이 활용하고 있는 대출 조이기도 효과가 없지는 않다”면서 “단 대출 억제의 실효성은 자금의 실수요자를 희생시키는 부작용도 있는 정책이라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정밀 타깃을 해서 대출을 축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금융위가 청년대출 확대 정책을 낸 것도 대출정책 수정의 일환인데, 선의의 피해자를 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단기간에 종식될 경우, 유동성을 중앙은행이 회수하기가 어려워 물가 상승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중앙은행과 시장참가자가 물가 상승을 조절할 수 있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대응해 미리 자금을 쌓아둬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유동성을 푸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을 회수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는 금리가 오를 경우 큰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다중 채무자나 취약차주, 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이 금리 상승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한국 신용갭 추이 자료ⓒ데일리안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한국의 신용갭(Credit-to-GDP gap)은 16.9%p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2년 이후 최고치다. 신용갭은 BIS가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명목) 대비 가계·기업 신용의 비율이 장기 추세치에서 어느 정도 이탈됐는지를 계산한 수치다.


신용갭 수치가 2% 아래면 정상, 2~10% 사이면 주의다. 10%를 넘어서면 경보 단계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분기 13.8%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10%를 넘은 데 이어 3분기에는 수치가 다시 높아졌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잠재적인 부실이 늘어나고 있고 금리가 점점 오르는 단계로 가고 있다”면서 “이러한 단계에서 당장 드러나는 것은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많이 쓰고 있는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들의 금융 부담 증가”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부실기업 증가 등이 우려되고 있는 만큼 금융기관들도 위기 대응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차입을 통한 투자에 나섰다가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개인 입장에서도 과도한 차입을 통해 투자를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저금리시대가 끝나가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한 팽창적 통화와 재정정책이 물가·임금이 아닌 자산시장만 심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저금리 국면의 종료,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듯하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엄청난 규모로 팽창된 통화 유동성은 실물 경제를 자극해 물가와 임금을 높이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통화 유동성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만 유입돼 자산 가격을 과도하게 끌어올려 부와 소득의 불균형이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빈 교수는 “인플레 우려가 있으나 우려를 해야 할 게 아니라, 어마어마한 통화 팽창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며 “최근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은 그러한 압력이 일시적으로 국채 금리로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금리 국면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 중요한 문제는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통화에 대한 신뢰가 점차 약화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가상화폐 시장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빈 교수는 “지속적으로 저금리 상황이 유지될 것이고, 미국 기준 금리로 1%에 이르는 시점도 오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한다”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부작용이 상당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화폐가 투기라고 탓할 것만은 아니다”라며 “적어도 중앙은행의 통화 팽창 정책에 기여했던 인물들은 가상화폐를 탓하기에 앞서, 통화 팽창으로 얼마나 통화 가치가 훼손됐는지 뒤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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