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윤석열의 마지막 제안, '검찰청 쪼개기' 가능할까?


입력 2021.03.05 05:00 수정 2021.03.05 08:40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윤석열 전 검찰총장ⓒ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 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의 대안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수사·기소권을 가진 검찰청을 범죄 분야별로 세분화해 반부패수사검찰청과 금융수사검찰청, 안보수사검찰청 등과 같은 특별수사청들로 나눠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법조계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윤 전 총장의 제안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을 쪼개더라도 수사 기소는 분리하면 안 된다는 것이 윤 전 총장의 핵심 의중"이라면서 "쪼개면 검찰총장과 각각 청 수장들의 힘이 분산될 것이니, 검찰총장의 권력이 비대한 것이 그렇게 못마땅하면 차라리 쪼개서 나누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부패범죄에 대한 역량은 수사·기소를 융합할 때 지켜낼 수 있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해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중수청이 6대 범죄를 가져가고, 검사는 지휘조차 못 한다고 하면 주체가 달라져 수사 연계가 어렵다"며 동의했다. 이 교수는 "수사 주체가 달라지면 대형로펌의 뛰어난 변호사들이 집단적으로 변호하는 중대범죄나 기업범죄의 경우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 사건도 무죄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반부패수사청 등을 만들어 국가적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반부패수사청과 경제금융범죄수사청, 마약조직범죄수사청 등으로 나눠 경찰 특수수사 권한까지 흡수해 수사하도록 하면 국가 수사역량에도 손실이 없고 논란이 되는 검찰 직접 수사에 대한 사법 통제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며 "거대범죄에 대한 대응능력은 절대 손상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청을 3개로 쪼개는 데 드는 인력 등 비용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지만 기존의 검찰청 총량 안에서 3등분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기존 검찰의 검사 숫자는 유지하면서 검찰1, 검찰2, 검찰3 이런 식으로 만들자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인건비 그대로 유지하며 과천에 방 하나씩 주는 방식으로 가면 돈은 그렇게 안들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발언하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수청 설치에 대해 법조계는 "법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수사 과정에서 검찰 배제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청구권을 검사가 갖도록 하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기소권의 완벽한 분리는 불가능하다. 개헌 생각도 없이 중수청 설치를 법률로 하는 건 위헌"이라며 "이때문에 당초 검찰개혁 의도가 검찰 정상화가 아닌 여권을 향한 검찰 무력화로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수청 신설 법안의 전제인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자체가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우리 헌법상 검찰총장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하고 있는데 검찰총장은 결국 헌법기관이라는 얘기"라며 "헌법 기관인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은 위헌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수사·기소권을 분리해 장기적으로는 경찰의 특수 수사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는 "수사·기소권 분리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라고 전제하고 "경찰이 전문성이 없으니 앞으로도 검찰만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기적으로 경찰의 특수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과도기적 과정에서는 검찰 내부에서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