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자소독법 채택…"국경교역 대비"
5월 전후로 코로나 백신 대북지원 예정
지난해 말부턴 접경지역 방역시설 보완
"2분기부터 소규모 무역재개 가능성"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년 넘게 유지해온 국경봉쇄 기조를 조만간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모내기 철을 앞두고 영농물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는 데다 수도 평양에서조차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으로 알려져 소규모라도 국경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사전 정지작업'에 가까운 각종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어 관련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수입물자소독법이 전원 찬성으로 채택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입물자소독법에는 수입물자의 소독 절차와 방법, 소독질서를 어긴 행위에 따르는 처벌내용 등이 담겼다.
신문은 "국경 통과 지점에서 수입물자 소독과 관련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국가의 안전을 지키고 인민의 생명을 철저히 보호하는 문제들이 규제됐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이 지난해부터 해외 수입물자 포장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중국발 보도를 전하는 등 '접촉 전파'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해온 만큼, 이번 법 제정을 통해 관련 조치를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북한의 검역 제도 및 시설 보완 움직임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감지돼왔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연말 국경 지역의 여러 거점 교두보 무역항 등에서 소독 강화사업을 추진했다고 전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 역시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신의주·남포 등의 세관에 대규모 소독장을 설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 북중 무역 평가와 전망'에서 "(북중)접경지역에서 무역 재개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조치들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북한이 오는 2분기(4~6월)부터 민생용품을 중심으로 소규모 무역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측이 국경을 넘는 수입 물자를 법적·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단기 대응 차원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법 제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후 국경 교역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역시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면서도 북한의 이번 조치가 국경개방으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수입물자소독법 채택과 관련해 "일련의 방역 조치를 법제화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본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2월 '국경검역규정 배포'를 시작으로 △전염병예방법 수정·보충(20년 4월) △비상방역법 제정(20년 10월) 등의 조치를 잇따라 취해온 만큼, 북한의 검역 강화 기조를 국경개방과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백신 대북지원 이뤄지는
5월 전후해 국경봉쇄 완화 가능성
일각에선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백신 대북지원이 예정된 5월을 전후해 북한 국경이 일부 개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국제 백신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는 지난 2일(현지시각) 발표한 '1차 배분 보고서'에서 늦어도 5월까지는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70만4000회분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언제, 어느 규모로 백신이 북한에 전달되는지는 북한의 접종 계획과 연관돼 있다"며 "아직까지는 어떤 경로로 전달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되거나 확정되지 않아서 국경(개방) 대비와 연관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백스 측은 구체적인 백신 공급 일정이 △국가별 규제 요건 △국가 백신보급 및 접종계획 △수출입 허가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배송 날짜에 대해 백신 제조사 및 협력 단체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