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행사 및 사회적 트렌드 걸맞는 투자 결정 필요
5년 중기 자산 배분 계획 따른 기계적 투자 재고해야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적 연기금 국민연금이 또 다시 공공의 적이 됐다. 이번에는 연기금의 역대급 매도 행진이 문제가 되면서 국민연금은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올초 이후(1월 4일~3월 5일) 투자주체별 수급에서 기관은 24조원 규모를 내다 팔았는데 기관계에서 연기금이 팔아치운 규모는 13조원에 육박한다. 기관 매도 규모의 절반 이상을 연기금이 팔아치운 셈이다. 국민연금의 5개년 중기 자산 배분 계획에 따르면 연기금은 앞으로 목표치에 충족하기 위해 수십조 이상을 추가로 매도해야한다.
코스피가 3000시대에 진입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기대는 과거와 다르게 매우 커졌다. 최근 연기금의 주식 매도에 대해 개인들의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은 보장돼야하지만 의사결정에 있어서 가장 투명하게 관리되어야하는 곳이다. 자칫 잘못하면 향후 30~40년 뒤에는 고질적인 수익률 악화로 이어지며 국민들의 노후보장은 커녕 기금의 안정성이나 신뢰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최악의 경우엔 기금런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 시점에서 대표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역할론 재정비를 위한 장기적 플랜을 다시 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는 자산배분 원칙을 재검토하고 적극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5개년 중기 자산 배분 계획에 따라 매수와 매도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현재 자산 배분 계획은 지난 2018년에 정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2018년 증시와 2021년의 현 증시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이를 고려한 자산 배분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최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산 배분 문제를 기금운용 본부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가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도 연기금의 책임론이나 위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입김이 세졌고, 코스닥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성화를 위한 역할과 책임론도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이 부여된만큼 시장상황에 맞는 전략적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기금운용본부의 거버넌스(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먼저 해소돼야한다. 국민연금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정치권과 정부의 입김보다 민간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기금운용본부에도 투자 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전진배치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닌 만큼 코스피 3000 시대에 걸맞는 연기금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