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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LH 수장 없는 공급계획, 3기신도시 딜레마


입력 2021.03.13 05:00 수정 2021.03.12 23:11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2차 신규택지·3기 신도시 사전청약 계획대로 추진?

12일 오전, 정부 흔들림 없는 주택공급 강조했으나

오후, 변창흠 사의·LH 사장 내정자 사실상 낙마

투기 처벌·환수 국민 정서 맞게 이뤄지는 것이 먼저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국토발전전시관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공급을 이끄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앞날이 캄캄하다. 국토부 수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LH 수장은 후보자 검증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정부 의지대로 3기신도시를 비롯한 공급대책이 순항할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변 장관은 다음 달까지 2·4 공급대책의 기초작업을 마무리한 후 국토부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또 국토부는 LH 사장 후보자를 재추천 받기로 했다. 내정자로 알려진 김세용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후보자 검증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같은 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2·4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택공급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 LH 사태로 인한 국민 불안과 분노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변 장관의 사퇴, 길어지는 LH 사장 공백으로 공급대책 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LH 직원 투기 의혹이 광명시흥에서 3기신도시와 그 주변지역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3기 신도시 계획 일정 등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은 여론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3기 신도시 일정을 마냥 미루면, 주택계획을 세워놓은 수요자들에게 큰 피해가 갈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수도권 3기 새도시 등에서 토지를 매입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LH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공인중개사 등 신도시 투기 의혹에 분노하는 시민들이라고만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관계장관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LH 사태에 대해 “정부는 ‘부동산범죄와 전쟁한다’는 각오로 투기조사 수행과 투기근절방안,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에 전력투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주거안정 및 청년, 우리 미래세대 등을 생각해서라도 부동산시장 안정화는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하다”며 “LH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강한 처벌의지 못지않게 부동산정책, 특히 주택공급대책은 추호의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먼저 정부는 2·4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인 2차 신규택지 발표를 다음 달 중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광명시흥 지구는 1차 신규택지 발표지역이었다.


7월로 예정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도 앞으로의 조사·수사 진행상황과 관계없이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7월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9월 남양주 왕숙, 11월 부천 대장·고양 창릉·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에 대한 사전청약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12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러나 공급대책 책임자 교체라는 악재 외에도, 3기 신도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취소와 관련한 약 400여건의 청원글이 올라와 있다.


전국 공공주택지구 주민·토지주들로 이뤄진 단체인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은 지난 10일 경기 시흥 과림동에서 3기 신도시 백지화와 수용 및 보상작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불안정한 상황에서, LH 투기 관련자들의 처벌과 환수가 국민 정서에 맞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주택공급대책에 대한 국민 신뢰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1차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하다”며 “2차 전수조사 시 대상지와 대상자를 확대해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처리 방안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고 3기 신도시도 문제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LH는 이미 신뢰성을 상실했기에 3기 신도시 개발 주체를 지방자치단체·공사로 넘기는 방안도 생각해 볼 문제”라며 “지방공사가 LH보다 투명하다는 것이 아니라, LH 조직이 너무 비대하니 좀 분산하자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LH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 솔선해야 할 공직자∙공직사회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투기 및 불법∙불공정행위가 ▲애당초 시도되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대책 ▲시도되는 경우 반드시 적발해내는 시스템 구축대책 ▲일단적발될 경우 강력 처벌하는 일벌백계 대책 ▲처벌에 그치지 않고 불법부당이득은 그 이상 회수하는 환수대책 등에 초점을 두고 검토 가능한 모든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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