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안철수, 너도 나도 '윤석열' 언급
'윤석열 사퇴, 서울시장 영향' 여론 57.5%
서울시민들 '반문(反文)정서' 결집 의도
"尹, 野 재보궐 승리해야 본인 대권도 박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야권 후보들이 너도나도 '윤석열 구애'에 나선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 사퇴 이후 독보적인 야권 차기 대선 주자 1위로 올라선 만큼 그에게 쏠리는 지지세에 힘입어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바람을 타겠다는 의도로 평가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투기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직접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청원글에서 "시민 안철수입니다.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마음을 담아 공직자들의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안 후보는 "'살아있는 권력'에도 공정한 칼날을 들이댔던 윤 전 총장이 퇴임하자마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시면 안 된다"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정부 합동조사단의 LH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국토교통부와 청와대에서 투기 의심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또한 전날 오후 KBS 라디오 '시사본부‘에 출연해 윤 전 총장 측과 이미 소통이 오갔다는 사실을 전하며 "간접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설사 그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씀드리기에는 예의상, 도리상 좀 삼가야 할 것 같다"면서도 "(보궐선거 과정에서 윤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은) 그렇게 보셔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과 모종의 소통 창구가 마련돼 소통이 시작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두 후보가 적극적으로 윤 전 총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른바 "'윤심(尹心)'은 나에게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은 당장 눈 앞에 다가온 보궐선거 국면에서 서울시민들의 '반문(反文)정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6~7일 아시아경제의 의뢰로 서울시민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사퇴가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 비율이 과반을 넘어 57.5%로 조사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검찰총장 사퇴 이후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도 윤 전 총장 사퇴로 촉발된 반문정서의 결집이 야권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로 연결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단, 윤 전 총장이 실제 선거전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공식적으로 정계 진출 선언을 했거나 특정 정당에 입당한 상황이 아닌 만큼, 보궐선거 국면까지는 외곽에 머물며 LH 사태 등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정국 현안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총장직을 사퇴한 지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은 윤 전 총장이 섣불리 전면에 나서는 것은 본인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외곽활동을 할 가능성이 일단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단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해야 본인도 야권 주자로서 대권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측은 오세훈·안철수의 단일화의 향방에 따라, 제3지대에서 개척해야 하는 자신의 행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단일화 상황을 매우 세심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역할론을 넘어 4·7 선거 이후 예상되는 전면적인 야권 재편의 핵심 '키'가 될 윤 전 총장과 사전에 교감을 형성해 놓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윤 전 총장이 '제1야당'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권 행보를 시작할지 아니면 소위 제3지대에서 독자적 행보를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재보궐선거 이후 곧바로 펼쳐질 대권 국면 초반에 윤 전 총장의 지지도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국 "이라며 "이번 재보궐선거에서의 교감이 선거 이후 펼쳐질 윤 전 총장과 기존 야권의 콜라보레이션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 볼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