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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LH사태에 '규제만능' 회귀…금융권 '긴장모드'


입력 2021.03.16 06:00 수정 2021.03.15 15:21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비주담대 '핀셋규제' 움직임…금융사 "깨알지침 떨어질라" 우려

논란 때마다 '규제 더하기' 정책으로 금융경쟁력 저하 불안감 커져

서울 여의도 금융가 전경.ⓒ데일리안

금융당국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투기 논란에 대한 수습책으로 비주택담보대출(비주담대)을 옥죄는 등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규제가 더해지고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일선 대출창구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이달 중 발표될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상호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임직원들이 상호금융권의 비주담대를 동원해 땅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출 사각지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내놓을 방안에는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는 식의 전면적 규제 강화보다는 은행별 비주담대 기준 차이 등을 이용한 투기용 우회 대출 경로를 차단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은행권이 아닌 제2금융권, 주택이 아닌 토지 등 관심이 적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만큼 규제가 필요한지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이번에 논란이 된 비주담대를 비롯한 감시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호금융권의 LTV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최대 70%까지 가능한데, 시중은행 LTV가 6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대출창구 문턱이 낮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LTV를 축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과잉규제' 걱정하는 금융권…"우리가 내부 개발정보 빼냈나"


그렇다고 금융위가 무턱대고 LTV를 낮추는 식의 전면적인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기도 어렵다. 소득이 불안정한 농어민들이 비주담대를 받고 있는 만큼 전방위 규제보다는 핀셋 규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LH사태를 가라앉히면서도 금융소비자들의 반발과 형평성 문제, 시장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LH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적인 문제가 드러나면 비주담대 규제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등의 방안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사들은 "당국의 깨알지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금융권과 맞물린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정책 방향이 뒤바뀌고, 당국과 정치권의 노골적인 간섭 등이 반복되면서 금융시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과 대책까지 금융권이 짊어져야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LH 임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투기에 이용한 불공정 행위를 막는 것이 사안의 본질인데, 대출을 내준 금융사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LH투기 사건은 은행권 특정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져 가능했다"고 금융사 책임론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LH사태로 뜨거워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은행이 투기 정보를 빼냈나", "당국 방침대로 대출한 금융사가 무슨 잘못"이라는 등의 얘기가 이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인데 당국의 지나친 간섭에 손발이 묶여 있다"며 "각종 규제와 지침이 내려올 때마다 멈춰서 대응해야하는 악순환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에 핀셋규제라는 이름의 깨알지침을 쏟아낼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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