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사업 추진 ‘진퇴양난’
투기 의혹에 ‘취소’ 목소리 높지만
청약 수요자·공급축소 따른 부작용↑
사업진행·투기환수 별도...투트랙최선
#3기 신도시 만든답시고 원주민 땅은 나라에서 강제수용했는데, LH 직원은 돈방석에 앉았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게다가 3기 신도시 발표 직전 외지인들 꼬임에 헐값에 땅을 판 원주민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원주민 희생으로 투기꾼 배만 불린 것 아닙니까 (고양 창릉 3기 신도시 원주민 A씨)
#왕숙 3기 신도시 청약만 보고 남양주로 이사와 햇수로 3년째 전세로 거주 중입니다. 뉴스에서 3기 신도시 취소라는 기사만 봐도 가슴이 떨려요. 전세가격은 나날이 오르고, 이제는 집값이 너무 올라 집을 살 수도 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3년 전에 집을 샀는데,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자 B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겉잡을 수없이 커지면서 ‘3기 신도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기가 LH 직원에 국한하지 않고, 광명·시흥을 넘어 3기 신도시 전체에서 일어났을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시작부터 3기 신도시 강제 토지 수용을 반대한 원주민들 역시 가세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문제는 3기 신도시만 믿고 내 집 마련을 기다려온 수요자들이다. 이들은 당장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사전청약을 기다리며 각 해당지역에서 대부분 전·월세로 거주하고 있다. 사전청약 당시 해당지역에 거주해야 하고, 본청약까지 의무거주기간 요건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취소로 수도권의 대규모 공급계획이 틀어지면, 공급부족으로 서울 집값이 더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 10일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대책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신도시는 백지화하고, 현재 진행 중인 신도시 수용·보상 절차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15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국민 의견은 57.9%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반대하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투기 조사 수행과는 별도로 3기 신도시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LH 사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3기 신도시 계획 일정은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 또한 나온다.
앞서 정부는 7월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9월 남양주 왕숙, 11월 부천 대장·고양 창릉·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에 대한 사전청약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상당 부분 사업을 진행한 신도시 철회는 시장에 더 큰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인천계양·하남교산 등 일부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이 이뤄진 상태에서, 신도시 철회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약 대기 수요자 문제·수도권 공급 축소로 인한 집값 급등 등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다.
이에 신도시는 계획대로 가되, 투기 조사·환수는 별도로 진행하는 투트랙 방법이 최선이라는 방안이다. 다만 추가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을 비롯해, 다음달 발표예정인 2차 신규택지지구는 철회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기 신도시 사업은 이미 많이 진행됐기에 사업이 엎어졌을 때 파장이 더욱 크다. 투기에 따른 확실한 환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그러나 광명·시흥 지구는 지금 취소해도 매몰비용이 작고, 국민 분노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문제가 진퇴양난에 빠진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공급에 방점을 두고 4년 동안 착실히 부동산 정책을 펼쳤다면 지금보다 부작용이 덜 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공급 대책 시기가 늦은 감이 있다. 시장에 더 빨리 공급시그널을 보냈으면 청약 난민까지 뒤섞인 현재의 혼란한 모습은 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공급보다 신뢰가 더 중요하게 됐다. 광명·시흥의 7만 가구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