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2차 가해 끊임없이 날 괴롭힌다"
"朴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었다”
"저를 '피해 호소인'으로 불렀던 의원들이 직접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가 혼내달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2차 가해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피해 호소인'으로 피해자를 명명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와 사과를 요구했다. 피해자는 "잘못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용서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피해자 A씨는 17일 오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이 개최한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 기자회견에 참석해 성추행 피해 사실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A씨가 공개 석상에서 스스로 자신의 심경을 밝힌 것은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사망한 뒤 252일만이다.
A씨는 "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사실을 축소·왜곡하려고 했고,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으며, 투표율 23% 당원 투표로 (당헌을 변경해) 서울시장 선거에 결국 후보를 냈다"며 "지금 박영선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공동선대본부장에 남인순·진선미 의원을, 대변인엔 고민정 의원을 앉혔다. 이들은 작년 7월 박 전 시장 사망 직후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입장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자고 고집한 단체 대화방 내용이 공개돼 "2차 가해를 주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A씨는 "남인순 의원께서는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민주당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원한다. 저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의원들에 대해 직접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님께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극심한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은 처음부터 모두 잘못된 일이며,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싶다"며 "잘못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용서하고 싶다"며 거듭 사과를 요구했다.
A씨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며 “그 속에서 제 피해 사실을 왜곡하여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특히, 이날 대독된 입장문에서 박 전 시장의 위력이 여전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그 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며 "그 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지는 질의응답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박원순 전 시장의 지지자들의 잔인한 2차 가해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상 초유의 2차 가해를 받고 있다. 2차 가해의 구체적인 기준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그에 대한 제재 또한 구체적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씨와 함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른 참가자들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는 "서울시 전 비서실장들과 같은 층 사람들은 아무도 못 들었다고 주장하고 지금도 피해자를 비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범죄심리학 교수는 "피해자가 괴롭다고 하는데 왜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나"라며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A씨는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보궐선거가 위력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게 됐는데) 선거가 치러지게 된 본래 이유가 지금 상황에서는 묻혔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입장문을 밝히게 된 배경에 대해 밝혔다.
한편, A씨는 오는 19일 출간되는 '비극의 탄생'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A씨는 "지인들로부터 그 책이 인권위에서 인정받은 사실들에 대해 오히려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공신력있는 국가기관에서 인정받은 제 피해 사실과 개인이 저서에 쓰는 주장은 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