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장담했던 이다영, 현실은 GS 칼텍스 1위
'원 팀' 조직력이 강하다는 것 증명된 올 시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스포츠의 오랜 격언 중 하나로, 이제는 조직 사회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말이다.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나 하나의 조직에서 개개인의 재능을 하나로 꿰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이기도 하다.
최근 정규 시즌을 마감한 프로배구 여자부 V리그의 최종 순위는 ‘원 팀’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입증됐고, 앞으로도 조직력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될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시즌 개막에 앞서 흥국생명 배구단은 FA로 풀린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을 영입했다. 기존 흥국생명에는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 주전 공격수로 버티고 있었고 이다영이 가세함에 따라 곧바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이다영은 개막 전 한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우승 후보라고 하지만 ‘그래도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라고 말한다. 뭘 열어. 열 필요가 없다”며 우승을 호언장담했다. 이후 흥국생명은 월드클래스 김연경까지 가세하며 덩치를 불렸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났고 결과는 이다영의 예상과 정반대로 흘렀다. 막상 뚜껑을 열자 정규 시즌 1위는 흥국생명이 아닌 GS 칼텍스의 몫이었고, 학폭에 연루돼 무기한 출장정지를 받은 이다영은 뚜껑을 끝까지 열지 못한 채 코트를 떠났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로부터 시작된 학폭이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으나 흥국생명은 그들의 과거 잘못이 공개되기 전부터 고름이 차올랐던 팀이다.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무패 행진을 내달리는 등 역대 최강의 팀이라는 찬사를 받음과 동시에 팀 워크가 붕괴되고 있었고 이다영 스스로가 SNS를 통해 이를 공개하면서 팀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김연경은 경기 때마다 후배들을 다독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애를 썼지만 한 번 깨진 조직력은 쉽게 봉합되지 않았다. 결국 1위 자리를 내준 흥국생명은 2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를 맞이하지만 제대로 된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흥국생명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한 GS 칼텍스는 반대의 사례다. GS 칼텍스는 특출한 기량을 지닌 선수가 없었지만 시즌 전부터 단단한 조직력이 강점으로 꼽혔던 팀이다.
특히 GS 칼텍스는 시즌 전 열린 KOVO컵 대회서 스타 군단 흥국생명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이변의 전주곡을 울린 바 있다. 차상현 감독의 고른 선수기용과 부드러운 리더십, 여기에 하나로 똘똘 뭉친 선수단은 결국 ‘원 팀’이 되어 대역전 드라마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아무리 뛰어난 세터라도 리시브가 불안하면 제대로 된 볼을 배급할 수 없다. 공격수에게 공을 토스할 때도 반대편에서 뛰어주는 선수가 없으면 블로킹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리베로가 상대의 강 스파이크에 온몸을 던져 받아내는 것도 세터에게 공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렇듯 배구만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선수들이 있다. 득점 후 6명의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안는 이유도 한 명의 기량이 아닌 한 팀이 만들어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단체 종목에서 특정 선수 홀로 빛날 수는 없는 법이며 팀보다 위대한 선수 또한 없음이 증명된 2020-21시즌 V리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