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르네사스 공장 화재로 생산 차질 가능성 커
삼성, 美 공장 한달째 '셧다운'...TSMC 물 부족
수급 불균형 심화로 가격 급등...실적 악화 우려
전 세계 반도체업체 공장들이 자연재해 여파로 생산 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T·전자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난까지 겹치면서 수급 불균형 심화로 인한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19일 일본 이바라키현 나카시 소재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나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생산이 재개되려면 최소 한 달이 소요될 전망이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지난 19일 주력 공장인 나카 공장의 클린룸에서 화재가 발생해 300mm 웨이퍼(반도체 칩 기판) 생산이 중단된 것은 물론 제조 장비의 약 2%가 불에 탔다.
시바타 히데토시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장 생산이 재개되기까지 최소 한 달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달 안에 공장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이번 생산 중단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3위 공급업체인 르네사스는 차량 전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에 강점이 있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자국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하며 글로벌 MCU 생산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번 화재로 인해 생산차질이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수급난을 심화시키는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르네사스 공장 가동이 지연되면 관련 부품을 공급받던 고객사들이 다른 업체들로 몰릴 수밖에 없고 부품난 심화는 불가피하다.
또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자동차업체들로서는 부품 구매 비용이 증가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자연재해로 인해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불어닥친 한파와 폭설로 전력 공급난이 빚어지면서 오스틴 지역에서 운영해 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은 지난달 17일부터 가동이 중단된 채 한 달 넘게 휴업 상태다.
최근 전력과 용수 공급은 재개됐지만 라인 재가동을 위한 설비 점검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아직 본격적인 재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공장 재가동 시점과 관련) 아직 나오고 있는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은 웨이퍼에서 칩 생산까지 총 600여개의 공정을 거쳐야 해 웨이퍼 투입 후 완제품 출하까지 보통 1~2개월이 소요된다. 수많은 공정에서 단 하나의 소재나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생산라인이 멈추게 되는만큼 정전과 같은 사태로 장기간 라인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하루 이상 생산라인이 멈추면 원재료는 모두 폐기해야 하고 설비도 재점검해야 한다. 라인 가동 중간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재점검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공장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한 달 이상 중단될 경우 피해 규모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타이완의 TSMC도 올 겨울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물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이완 현지에서 평년 대비 강수량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반도체 공정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해지자 대형 물탱크 트럭까지 수배하는 등 외부용수 조달에 나서고 있는 처지다.
물은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스러기와 화학물 제거 등에 활용돼 그 중요성이 크다. 반도체 집적도가 높을수록 물의 사용량도 늘어난다. TSMC가 20t 물탱크 한 대당 110만원을들여서라도 확보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현지에서는 오는 5월 건기철까지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물부족 상황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잇따라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면 시장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공장이 최대한 빨리 재개되도 그동안 누적된 부족분이 있어 공급난이 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 공급 차질이 더욱 심화되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기대됐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IT나 자동차 기업 모두 부품 공급난 해소를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2분기에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공급난이 해소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부품 구매 비용 증가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