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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도 배당 제한…농업지원 vs 금융안정 '딜레마'


입력 2021.03.31 11:39 수정 2021.03.31 11:4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금융 리스크 대비" 금감원 주문에 배당금 1500억 축소

계속되는 금융당국 압박에 쌓여가는 농민 불만 '악순환'

NH농협금융지주 배당성향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다른 대형 금융그룹들과 마찬가지로 배당을 축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신종 코로바나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이후 불안에 대비해 자금 유출을 최소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조치지만, 농협금융의 배당은 일반 금융사와 달리 농업을 육성하는데 쓰이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농협금융의 농민 지원 자금에 줄곧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내 온 금융당국이 결과적으로 또 다시 같은 꼬투리를 잡는 모양새가 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농협금융은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지난해 배당성향을 20%로 최종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 배당금의 비율로, 지난해 1조7359억원이었던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배당금은 3500억원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배당금 규모는 1년 새 15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금액이다. 농협금융은 2019년 5000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당시 배당성향은 28.1%였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19년 대비 2.5% 줄어드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에 비해 배당금만 대폭 감소한 셈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손실흡수 제고가 필요하다며, 금융사들에게 배당성향 20%를 넘기지 말라고 주문해 왔다. 이에 농협금융뿐 아니라 주요 금융그룹들은 줄지어 해당 배당성향을 지키는 선에서 결산 배당 규모를 확정지었다.


문제는 농협금융의 배당금은 다른 금융사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금융사의 배당은 보통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이나 기관 등 일반 투자자들에게 한 해 동안의 경영 성과를 나누기 위해 시행된다.


하지만 농협금융의 배당은 농협중앙회가 국내 농가들의 사업을 지원하는데 쓰이는 자금의 원천이다. 농협금융의 배당금은 100% 농협중앙회로 넘어가고, 이는 단위 농협을 거쳐 조합원에게 분배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 입장에서의 배당 제한은 통상적인 금융사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금융당국은 어디까지나 코로나19 리스크를 둘러싼 금융사의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농협금융으로서는 회사의 주인인 농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금융당국의 결정은 농업인들의 불만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번 배당을 제쳐 두더라도, 과거부터 농협금융의 농업 지원금에 번번이 딴지를 놨던 금융당국의 행보를 고려하면 농민들의 민심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협의 금융 계열사들은 매년 지주를 통해 농업지원사업비라는 이름의 분담금을 농협중앙회에 내고 있다. 농협이 추진하는 농업지원 활동에 수익 일부를 환원한다는 취지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각 금융 계열사의 직전 3년 간 평균 영업수익이 10조원을 넘기면 그 중 1.5~2.5%를, 3조~10조원은 0.3~1.5%, 3조원 미만은 0.3% 이하로 농업지원사업비를 부여해 왔다.


금융당국은 농업지원사업비가 농협 금융사들의 재무 건전성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조정을 지속 요구해 왔다. 이에 농협의 농업지원사업비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지적 사항으로 거론돼 왔다. 그런데 농업지원사업비 조정을 위한 정관 변경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전 승인사항이다. 농협금융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두 정부 부처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으로서는 일단 금융당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수준에서 배당성향을 정하고, 향후 농림부의 입장을 고려해 중간배당을 추가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이해관계를 충분히 알고 있는 금융당국이 매번 농협금융만을 압박하는 모습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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