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민생행보 네 차례
대내외 이슈 '분리 대응' 나섰다는 관측
우회적 대미 메시지 발신이라는 평가도
통일부 "北 대외노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북한의 연이은 대남·대미 비난 담화와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 챙기기'에 나섰다.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전후해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결이 다른 행보를 이어가는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 위원장이 평양 도심 지역인 보통강변 '다락식(계단식) 주택구건설' 현장을 "당중앙위원회 비서들과 함께 또다시 돌아보셨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던 지난달 25일에도 같은 지역을 찾은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는 대신 평양에 남아 민생행보를 벌였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 참석(3월 23일) △신형 여객버스 시찰·보통강 주택지구 건설현장 방문(3월 25일) 등 일주일 새 4번이나 현지지도에 나섰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민생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상정한 '목표'와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앞서 북한은 올해 초 개최한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와 경제 분야 자력갱생·자급자족 노선을 천명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민생현장 현지지도는 내치와 외치를 분리하겠다는 의도"라며 "민생에 직결되는 대내사업은 대내사업대로 챙기고,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등 대외정책과 관련된 사항들은 논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출하며 여론전을 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북정책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와 무관하게 경제 분야 성과를 위해 민생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자, 대내외 이슈를 분리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민생행보가 미국을 향한 '메시지 발신'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이날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경제성장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며 "너무 힘으로만 몰아붙이지 말고 이런(경제) 쪽에 대해 협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성과 달성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미국과 강대강으로 대치하길 원치 않는다' '대북 강경노선을 취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연이은 민생행보와 관련해 "인민생활 향상에 있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연초부터 각종 회의를 연달아 개최하며 '살림집 건설'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온 만큼, 관련 목표를 확실히 달성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팔을 걷어붙였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당국자는 "전체 정세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활동 자체에 대한 평가"라며 "북한의 대외 노선이 어떻게 설정됐는지는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반적인 대남·대외 전략에서 (김 위원장의 연이은 민생행보가) 어떻게 고려될 수 있는지 계속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