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장관' '여성 최초' 수식어로 호소
이전과 달리 '문재인' 빠진 선거운동 방식
이해찬 "대선 영향 적다"며 선거의미 축소
재보선 끝나면 당‧청관계 중대변화 예고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선 서울시장 선거전략은 '박영선 인물론'으로 요약된다. 성공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자 다선 중진의원, 여성 최초 국회 법사위원장과 원내대표 출신으로 여성 최초 서울시장에 도전한다는 이야기 구성이다.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하지만 유세용 점퍼의 색을 파란색이 아닌 하늘색으로 바꾸고 당명을 빼버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진성준 캠프 전략본부장은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유세에서 "박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밀려서 서울시장에 당선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서울시민 모두의 손실"이라며 "민주당은 조금 부족하지만 박영선 만큼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었다.
이수진 의원도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게도 박 후보가 당이 잘못한 모든 책임을 지고,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면서 "박 후보가 일 잘하고, 서울시장에 적격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고 박 후보 띄우기에 앞장섰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 선거운동에 '문재인 대통령'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일 잘하는 박영선을 뽑아달라'는 메시지로 지지를 호소하는 반면, '문재인 수호' 혹은 '국정 안정' 등의 발언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당 주요 회의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전의 선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실제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들은 앞다퉈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선거 홍보에 나섰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키기 위해 투표해 달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을 하겠다"는 말을 교과서처럼 되풀이했다. 박 후보만 해도 지난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보유국"이라며 친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부각되며 국정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이유로 꼽는다. 문 대통령을 언급할수록 국민적 분노는 커지고 야권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만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웠다가 패배할 경우 레임덕 등 후폭풍을 고려해 이번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 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해찬 전 대표는 "어느 정도는 정권 심판적 성격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천만 서울시민들의 삶과 생활을 어떻게 개선하고 지켜내느냐가 본질"이라며 "정권 심판적인 것이 (이번 선거의) 주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선거에 지더라도) 대선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다"며 "훨씬 더 순탄하게 갈 수 있는 걸 약간 장애물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결과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막기 위해 이번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관계 설정의 중대한 변곡점이 왔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대통령 지지율도 높고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실정과 문제의 발원지가 청와대였다는 것을 국민들이 다 알아버렸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효용가치가 없어졌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이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이 짐이 되거나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된다면 당은 물론이고 대선 후보들부터 책임론을 거론하며 청와대와 차별화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 그것이 정치의 냉혹함"이라며 "민주당은 재보선 과정에서 서서히 문 대통령과 이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