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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선점' 신경전 돌입 국민의힘·국민의당…통합 가시밭길로?


입력 2021.04.11 15:08 수정 2021.04.11 15:10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국민의힘이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혁신적 대통합'은 중도로의 확장 의미"

양 당 신경전 팽팽…자칫 갈등 번질 우려

당분간 지속하며 당내 의견 수렴 나설 듯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4·7 재보궐선거 이후 통합을 약속했던 바 있지만 막상 선거 이후 그 전개 과정이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압승으로 끝난 재보선 결과의 공(功)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는 누가 뭐래도 '제1야당'이라는 배경이 주된 바탕이 된 승리로, 향후 야권 통합 과정도 국민의힘 중심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야권 단일 후보 선출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이 승리의 한 요소가 된 것은 맞지만, 제1야당의 기득권까지 내려놓을 정도의 공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퇴임 이후 당대표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게 된 주호영 원내대표가 선거 이후 줄곧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을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판단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퇴임했지만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 국면에서 역할론을 수행할 것이 분명하다 평가되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 및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두고 확고하게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김 전 위원장은 11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3석 뿐인 실체가 없는 정당인데 무슨 놈의 야권인가, 국민의힘은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서 자생력을 갖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안철수 대표는 지금 국민의힘과 합당해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이 보이는 것으로,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의 고사에도 당 안팎에서 '당대표 재추대론'까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그의 뜻과 정반대되는 형태의 통합에 적극 나서기는 남은 지도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통합을 할 때 하더라도 제1야당으로서 통합 대상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연출해서는 안 된다는 게 당의 전반적인 기류"라고 언급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가운데)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제는 국민의당도 호락호락하게 끌려다닐 수 없다는 입장을 단호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국민의힘 재보선 승리의 핵심 밑바탕에 안철수 대표가 이끌었던 단일화가 만들어낸 시너지가 있었다는 주장을 연일 지속하고 있다.


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태규 의원은 재보선 이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의미'라는 제목의 시리즈 글을 연달아 올리며 선거 과정에서의 안 대표의 공(功)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장 보선 승리의 결정적 요인은 후보단일화였으며, 처음부터 단일화의 판을 만들고 키우고 끝까지 지켜 완성 시킨 사람은 안철수 대표였다"며 "거짓과 기만으로 점철된 한국 정치판에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중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안철수라는 정치인의 진심을 확인했으며 그동안 반대 세력과 음해세력에 의해 조작되고 왜곡됐던 정치인 안철수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보수도 진보도 '중도실용 노선'을 중심에 두지 않고서는 대중의 지지를 확장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야권의 혁신적 대통합은 중도 확장을 의미하고 이념과 진영, 패거리 정치와의 결별을 뜻한다. 야권 대통합의 로드맵은 단순한 외형적 세 불리기가 아니라 이러한 변화와 혁신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가운데)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의원이 안 대표의 치적을 부각하고 나선 것 또한 통합 시기 및 방식에 대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최대한의 목소리를 낼 명분 쌓기의 일환이라는 관측이다. 당직자 승계 문제를 비롯해 국민의힘에 비해 소수인 국민의당 의원들의 위상 문제에서 국민의힘에 주도권을 뺏길 경우 통합 후 얻을 수 있는 실리를 모두 잃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양 당의 방향성과 더불어 당내에서도 통합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는 통에, 양 측은 당분간 주도권 선점을 위한 신경전을 계속하면서도 한편으로 당내 의견 수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다음 주 안으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킨 후 차기 당권 유력 주자들의 의견을 모아 당의 공식적인 방침을 정한다는 복안이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의 통합 여부를 비롯한 당의 전체적인 향후 방향을 놓고 필요하면 전 당원 투표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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