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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장애 지도자들


입력 2021.04.17 08:00 수정 2021.04.17 14:18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 대통령 ‘결단력 없음’이 국정 혼란의 뿌리

안철수·윤석열, 현재의 침묵은 우유부단의 방증

ⓒ데일리안 DB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했다. 여당의 ‘4.9 재보선’ 참패로 굳게 닫고 있던 입을 연 것이다. 그의 쓴소리의 핵심은 ‘결단력 없음’이었다. 재작년 ‘조국 사태’때 조국을 과감하게 끊어내지 못해 스스로 화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맞는 이야기다. 결국 조국이 화근이 되어 적극적 지지층이었던 젊은이들이 지지를 철회했다. 선거 패배 후 혼돈 수습단계에서 여당 젊은 초선의원들의 반성에도, 친(親)조국 극성 친문 세력이 협박해 이들이 후퇴하게 했다. 위기에 새로이 당 지도부를 하겠다는 중진들도 조국 문제에는 단호한 태도를 표하지 못하고 있다. 두려워서다. 내달 초 지도부 경선에서 극성 당원들이 저항해 반대할 때 대처하기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양념’이라고 한 이들의 행패에 대적할 엄두가 안 났을 것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결단력 없음’이 국정 혼란의 뿌리이다.


야권에도 결단력이 부족한 지도자가 많다. 아니 결단력 있는 지도자를 찾기가 더 힘들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그는 ‘야권 단일후보’를 자임했다. ‘기꺼이 <국민의힘>에 들어갈 용의가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계속 망설였다. 알량한 지지율과 자신만의 영지인 <국민의당>을 버리지 못해서다. 더 큰 것을 잡기 위해 주먹을 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스스로 포로가 되고 말았다. 비교가 되지 않던 <국민의힘> 후보들이 서로 경쟁하며 주가를 높이는 와중에, 자신은 비교가 되지 않는 인물과 ‘제3지대 후보 단일화를 한다’라며 시간을 허비했다. 만약 그가 약속대로 진작 <국민의힘>에 들어가 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다면, ‘1 대 다(多)’의 대결이 되어 손쉽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다급해진 그는 또 국민에게 약속했다. 단일후보가 누가 되든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그리고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보이지 않던 지원 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또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라고 한다. 그럼 거짓으로 국민에게 약속했다는 말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핑계로 보인다. 이전에는 그를 미워하는 김종인 위원장이 당권을 잡고 있어서 그렇다 치자. 지금 김 위원장은 그가 말한 것과 같이 일개 자연인일 뿐이다. 핑계가 되지 않는다. 또 그 고질적인 ‘결정 장애’가 재발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정 장애’를 보이는 또 다른 야권 지도자가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윤 전 총장은 선거전에 결단을 내리고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지금 오세훈 시장이 아니라 그가 승리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진정한 ‘개선장군’ 말이다. 그랬으면 지금쯤 확실한 주도권을 가지고 정국을 리드할 수 있었다. 그전에도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오세훈 시장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던 날 그는 검찰총장직을 박차고 나왔다. 가장 힘을 받아야 할 이벤트에서 오 시장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야권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당일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주는 것이 예의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수언론들은 그가 가라앉지 않도록 무던히도 띄워줬다. 너무 조용하다 싶으면, 전화해서 발언을 유도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줬다. 그나마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의 침묵도 우유부단의 방증이라 여겨질 수 있다. ‘제3지대 후보가 성공할 수 없다’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됐다. 제1야당이 후보를 내면 어차피 필패다. 그런데 제1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공멸이다. 윤 전 총장도 이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다음 관건은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타이밍이다. 명분 있으려면 뭔가 대외적인 공을 세우며 들어가야 하는데, 전술했듯이 그 기회는 놓쳐버렸다. 다음에 당내에서 리더십을 세우는데 이바지하는 길이 있다. 곧 <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대표 경선 후보자들은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과의 관계를 주요 마케팅 수 단으로 삼을 것이다. 이때도 많은 조언자가 말할 것이다. ‘너무 깊이 들어가 적을 만들고, 자신의 입지를 좁히지 말라’고.


결론부터 말하는 이 모두 ‘악마의 목소리’다. 대선 후보 선출을 관리하는 이번 대표는 필연적으로 대권 후보와 일정한 관계를 설정하고 경선 전에 임할 것이다. 대표에 당선된 인사는 자신을 지지했던 대선 후보를 무시할 수 없다. 당연히 윤 전 총장의 애를 먹일 것이다. 가까운 예가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 경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했던 일을 교훈 삼을 것이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 전 총장을 불쏘시개 삼아, 대표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인사가 대선 후보로 만들려 할 것이다. 결국 여당 후보에 맞서는 야권 단일후보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 된다. 이왕 정치를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 봐야 하는데, 시작도 못 해보고 사그라질 처지가 되는 것이다.


‘이번 대선이 아니어도 좋다’라고 생각해도, 정치를 계속하려면 일단 당에 안착하는 것이 급선무다. 제대로 안착해 적응하면 다음 대선에 기회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물쭈물하면 수많은 ‘반짝’ 스타들과 같은 운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는 타이밍이고 결단이다. ‘토사구팽(兔死狗烹)’의 대명사인 중국 진나라 말, 한나라 초에 활약했던 회음후(淮陰侯) 대장군(大將軍) 한신(韓信)을 생각해 보라. 하신은 초·한의 경쟁에서 유방을 도와 한나라의 제업을 세운 장본인이다. 한고조 유방이 곤경에 처해있는 때도 승승장구해 초나라 항우를 패퇴시켰다. 초나라가 망하자 유방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한신을 두려워했다. 이에 한신의 책사인 괴철(蒯徹)과 항우의 모사였던 무섭(武涉)이 여러 차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支計)를 간언했지만, 끝까지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한신은 제나라 왕에서 초나라 왕, 초나라 왕에서 회음후로 강등된 후 후회하며 반란을 꾀하다 죽임을 당했다. 그는 불세출은 군사능력이 있었지만, 형세를 제대로 판단하고 결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분루(憤淚)를 삼키며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정치인 중에 ‘전쟁의 신(戰爭之神)’ 한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는가? 그런데도 천지 분간 못하고 대부분 결단을 미루고 있다. 개인이 불행해지는 것은 개인의 운명이라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의 무능이 국가적 손해를 끼친다면 전혀 다른 문제다. 독려하고 채찍질을 해서라도 판단하고 결단토록 해야 한다.


제발 이제 ‘구국의 결단’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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