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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세 갈래 주도권 싸움 본격화…모처럼의 훈풍 사라질라


입력 2021.04.21 15:17 수정 2021.04.21 15:25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야권 재편 주도권 잡기 위한 쟁탈전 본격화 평가

김종인·주호영 '충돌'…安 합당 논의도 지지부진

"조기 안정화 안 되면 에너지 소모 클 것" 경고음

왼쪽부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데일리안 DB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야권 재편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쟁탈전이 본격화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칫 신경전이 과열로 치달을 경우 4·7 재보궐선거에서 완승을 거둔 후 불어온 훈풍이 금세 사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야권 지형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통적인 TK·PK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힘 주류세력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및 초선 위주의 쇄신파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큰 줄기들이다.


1차적인 갈등 국면은 재보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이끈 쌍두마차였던 김종인 전 위원장과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의 충돌이 수면 위로 불거지며 드러났다.


김 전 위원장이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호영 권한대행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대표를 후보로 만들려던 사람이다. 당시 나한테는 차마 그 말을 못 하고 뒤로는 안철수와 작당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주 대행은 김 전 위원장의 주장에 "선거 승리를 위해 단일화가 깨지지 않는 쪽으로 노력했을 뿐 특정인을 도운 적이 전혀 없다"이라고 반박했다.


두 인사 사이에 쌓여왔던 감정이 김 전 위원장이 당을 떠나게 된 시점과 맞물려 자연스레 터진 것이라는 원론적인 해석도 있지만,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주 권한대행을 정면으로 직격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흔들기'로 풀이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진급 의원들에 비해 김 전 위원장을 향한 호의적인 기류를 보였던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쇄신론'이 강하게 분출되고 있고, 김웅 의원이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막후 지원사격 역할을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당선 확실해 진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편으로는 재보선 이후 금방이라도 성사될 것 같았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논의가 좀처럼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당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전국 순회에 나선 상황이고, 곧 합당여부를 전당원투표에 붙인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선 합당을 하더라도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가 선출되는 6월 이후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서 "차기 대선에서 주연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출마를 적극 고려하고 있는 만큼, 합당 시기를 되도록 늦춰 대선 경선을 앞두고 극적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본격적인 차기 대선 경선이 임박한 시기에 합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자칫 통합 정당 지도부 구성이나 당직자·부채 승계 문제 등 실무적인 부분에서 추가 잡음이 생길 경우 합당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경고음도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언제부터 안철수 대표가 그렇게 정치적 여정이 있어서 당원들의 뜻을 들어서 민주적인 결정을 했는가"라며 "그냥 이제 합당할 생각이 없다 이렇게 보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야권 안팎에서는 각각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제반 세력을 하나로 묶을 일종의 구심점이 하루 빨리 자리 잡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주진 담론과 대안의 공간 대표는 통화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거취,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여부 등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모두 맞물려 있어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기에 야권의 정치 지형이 안정화 되지 않는다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과정에서 겪은 마찰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 소모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표는 "결국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야권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선 경선 일정을 폭넓게 개방하고, 장외에 있는 제3지대까지 아울러 단일화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상당한 정치력을 가진 '협상형 대표'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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