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재편 주도권 잡기 위한 쟁탈전 본격화 평가
김종인·주호영 '충돌'…安 합당 논의도 지지부진
"조기 안정화 안 되면 에너지 소모 클 것" 경고음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야권 재편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쟁탈전이 본격화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칫 신경전이 과열로 치달을 경우 4·7 재보궐선거에서 완승을 거둔 후 불어온 훈풍이 금세 사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야권 지형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통적인 TK·PK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힘 주류세력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및 초선 위주의 쇄신파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큰 줄기들이다.
1차적인 갈등 국면은 재보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이끈 쌍두마차였던 김종인 전 위원장과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의 충돌이 수면 위로 불거지며 드러났다.
김 전 위원장이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호영 권한대행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대표를 후보로 만들려던 사람이다. 당시 나한테는 차마 그 말을 못 하고 뒤로는 안철수와 작당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주 대행은 김 전 위원장의 주장에 "선거 승리를 위해 단일화가 깨지지 않는 쪽으로 노력했을 뿐 특정인을 도운 적이 전혀 없다"이라고 반박했다.
두 인사 사이에 쌓여왔던 감정이 김 전 위원장이 당을 떠나게 된 시점과 맞물려 자연스레 터진 것이라는 원론적인 해석도 있지만,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주 권한대행을 정면으로 직격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흔들기'로 풀이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진급 의원들에 비해 김 전 위원장을 향한 호의적인 기류를 보였던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쇄신론'이 강하게 분출되고 있고, 김웅 의원이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막후 지원사격 역할을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으로는 재보선 이후 금방이라도 성사될 것 같았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논의가 좀처럼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당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전국 순회에 나선 상황이고, 곧 합당여부를 전당원투표에 붙인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선 합당을 하더라도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가 선출되는 6월 이후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서 "차기 대선에서 주연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출마를 적극 고려하고 있는 만큼, 합당 시기를 되도록 늦춰 대선 경선을 앞두고 극적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본격적인 차기 대선 경선이 임박한 시기에 합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자칫 통합 정당 지도부 구성이나 당직자·부채 승계 문제 등 실무적인 부분에서 추가 잡음이 생길 경우 합당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경고음도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언제부터 안철수 대표가 그렇게 정치적 여정이 있어서 당원들의 뜻을 들어서 민주적인 결정을 했는가"라며 "그냥 이제 합당할 생각이 없다 이렇게 보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야권 안팎에서는 각각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제반 세력을 하나로 묶을 일종의 구심점이 하루 빨리 자리 잡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주진 담론과 대안의 공간 대표는 통화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거취,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여부 등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모두 맞물려 있어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기에 야권의 정치 지형이 안정화 되지 않는다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과정에서 겪은 마찰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 소모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표는 "결국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야권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선 경선 일정을 폭넓게 개방하고, 장외에 있는 제3지대까지 아울러 단일화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상당한 정치력을 가진 '협상형 대표'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