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외교‧안보 '과외수업' 연장…시사유튜브 구독하고 민심청취도
김종인 '5월 의사표시' 예상과 달리 野지도부 구성된 뒤 '6월 등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5월 등판설'이 확산하는 가운데 그의 잠행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재편의 핵심 축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새롭게 꾸려지는 것을 지켜보고 뛰어들어도 충분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윤 전 총장측 관계자는 "계속 차분하게 준비를 하고 있고, 좀 더 공부를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최근 학계와 정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가져온 '대통령 과외수업'을 연장하겠다는 의미다.
초미의 관심사인 윤 전 총장의 정계진출 시기는 이달 보다는 6월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전망이다. 다음달부터 여야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먼저 나서서 판을 흔들기 보단 기존 대선무대가 꾸려지면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6월 중순 뛰어들 듯…野 새지도부 보고 판단
무엇보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다음달 초로 예정된 만큼, 윤 전 총장 입장에서도 정치적 선택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윤 전 총장의 '열공모드'도 한 달 더 연장될 수밖에 없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날 KBS 일요진단에서 "5월 중순쯤 자기 의사표시를 하지 않을까"라고 예측한 것과 달리 윤 전 총장의 잠행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이 대선무대에 오른 직후 한 달간 행보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언제 등장하느냐 보다 얼마나 갈고 닦아서 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의원은 "반기문 전 총장도 인천공항에 도착해 출마선언하고 20일만에 결판나지 않았나"라며 "윤 전 총장도 등장과 함께 첫 메시지와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를 보면 한 달 안에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선 잠행에 따른 피로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중간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신중모드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로 '시사공부'…물밑에선 바닥민심도 훑어
현재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사퇴 이후 서울 서초동 자택에 머물며 경제, 외교·안보, 노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는 인사들에 따르면, 국제정치학자 이춘근 박사와 정치평론가 신지호 전 국회의원이 진행하는 유튜브를 시청하는 등 시사공부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윤 전 총장이 프리랜서 번역가와 만나 대화를 나눈 사실이 SNS를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밑에서 민심청취를 하는 등 바닥부터 고공까지 훑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은 자신과 관련한 서적을 주변사람들에게 전하며 일독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책이 잇따라 출간되자 불편한 표정이었으나, <윤석열의 운명>은 직접 구매해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 과외'는 경제‧외교 약점 위주 기출문제 풀이
윤 전 총장의 '대선과외'의 초점은 보수진영의 최대 강점인 외교‧안보 분야 공부를 보강하는 동시에, 법조인에게 부족한 부분으로 꼽히는 경제 분야를 집중 강화하는데 맞춰져 있다.
최근엔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전화통화 등을 통해 외교안보 과외를 받았고, 앞서 지난 11일 노동문제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나 노동·복지 현안을 두고 머리를 맞댔다.
김성한 교수와는 한미동맹의 발전 방안과 북핵 문제, 미중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전쟁' 등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이 '한국이 좌고우면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미래 먹거리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취지에 공감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생체리듬을 대선 시간표에 맞추고 약점 위주로 기출문제 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지는 검사 윤석열의 행적이 최대 강점이지만, 반대로 경제·외교·안보 이력이 없는 것은 상대적 약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이다.
지난 18, 19대 대선 야당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주요 분야별로 학습이 되어있지 않으면 토론회에 나갔다가 망신을 당할 수 있다"면서 "대선을 치르기 위해선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이런 부분이다. 홀로 공부를 하면서 한계도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