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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㊶] ‘시카고’ 강웅곤 “뮤지컬 배우에겐 지름길이 없죠”


입력 2021.05.07 13:27 수정 2021.05.07 13:2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시카고' 7월 1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신시컴퍼니

2007년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무대에 오르고, 벌써 13년차 뮤지컬 배우가 된 강웅곤은 20년, 그리고 30년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기본적으로 무대를 대하는 태도부터가 다르다. 자신이 오르는 무대를 사랑하지 않는 배우가 어디 있겠냐마는, 강웅곤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마음에선 그 이상의 감정이 느껴진다.


데뷔 무대 이후 ‘시카고’ ‘고스트’ ‘위대한 캣츠비’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수많은 공연에 오르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한결 같았다. 바로 ‘약속’이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일 수도, 함께 무대를 만드는 배우·스태프들과의 약속, 그리고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과의 약속일수도 있다.


강웅곤의 신념과도 같은 ‘약속’은 누군가에겐 곧 ‘신뢰’가 된다. 지난달 2일부터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시카고’에 그가 참여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다섯 번의 시즌 동안 ‘시카고’와 함께 하고 있다. ‘시카고’ 프러덕션이 그를 ‘신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2007년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데뷔작이죠? 당시, 꿈꾸던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의 마음은 어땠나요?


너무 설레고, 떨리고, 관객들이 많이 오셨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죠. 공연이 너무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기 전에 교수님께도 연락드려서 무슨 노래를 부를지, 노래를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지 등 조언을 듣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기억이 나네요. 첫 공연 무대에 섰을 때는 울컥했습니다. 그래서 더 잊을 수 없는 무대입니다.


-10여년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슬럼프도 있었나요?


이것이 슬럼프였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공연을 1년 정도 쉰 적이 있어요. 13년간 단 한순간도 공연을 안 하고 있던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공연을 안 하고 있더라고요. 오디션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이 길이 맞는 건가? 내가 맞게 가고 있기는 한 건가? 이 일 말고 다른 일을 찾아볼까?’ 알게 모르게 너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던 거죠. 자신을 돌볼 시간도, 되돌아볼 시간도 없이. 이 때가 유일한 슬럼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극복 방법이랄 것도 없어요. 공연의 연습이 시작되는 날부터 사실 슬럼프라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없어요. 혼자 집에 있으면 괜히 공허해지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잖아요? 근데 공연이라는 것이 워낙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 부딪히며 하는 작업이고, 연습이 시작되면 사람들과 만나서 웃고 같이 땀 흘리고 대본에 대한 토론도 하고.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요. 그러면 생각하죠. ‘아, 나는 계속 무대에 있어야 하고 공연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이 일이 정말 잘 맞는구나’라는 걸 깨닫고 슬럼프라는 단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공연에 몰입하게 돼요.


ⓒ신시컴퍼니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와 지금,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사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변화는 신체적인 변화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앙상블들이 무대에서의 격한 춤이나 동작을 많이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에 20~30대에는 소위 말하는 깡(?)으로 많이 버텨왔던 것 같아요. 지금은 ‘관리’라는 단어가 매일 제 머리 속에 자리해버렸어요. 그래서 계속 운동을 하고 있고요(웃음).


-데뷔한 해에 참여했던 ‘시카고’로는 이번 시즌까지 다섯 번째 함께 하고 있는데요. 계속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시카고’의 매력이 뭘까요?


제가 ‘시카고’를 다섯 번째 함께 하고 있지만 시즌마다 모두 다른 공연을 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매일 다른 공연을 하는 기분이고요. 또 하나 더 보태자면 배우가 무대이고 세트인 공연은 거의 없을 거예요. 오롯이 배우들의 힘만으로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공연이죠. 보셨겠지만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오픈되어서 배우들과 함께 눈을 맞추며 함께 공연하고요. 그게 ‘시카고’의 매력이고, 극에 몰입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카고’ 프로덕션에서 강웅곤 배우를 꾸준히 찾아주는 이유도 있겠죠? 조금 민망할 수 있지만, 자기자랑 좀 해주세요.


자기자랑! 하하. 생각해 보니 제 자랑을 많이 해본 적은 없는 거 같네요. 뻔한 답일 수도 있지만, 열심히 해서가 아닐까요? 물론 뮤지컬을 하고 계시는 모든 배우분들이 열심히 하고 계시죠. 그런데 ‘시카고’ 프로덕션에서 저와 인연을 많이 해주시는 제일 큰 이유는 손에 무언가 주어졌을 때 그걸 절대 놓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더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어요(웃음).


-‘시카고’는 소위 ‘빡센 연습량’으로 유명하죠. 다섯 시즌이나 함께 하면서도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나요?


있죠. 바로 절제입니다. ‘시카고’만의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누가 봐도 저 동작을 하는구나. 누가 봐도 저 의도를 가지고 표현하고 있구나’가 아닌 관객들이 궁금해 하도록, 앞으로 다가와서 보고 싶도록, 관객들을 작품 안으로 끊임없이 초대하는 공연이 ‘시카고’입니다. 모든 동작과 표현이 더해도, 덜해도 안 되고 절제를 해야 하는 공연이기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이렇게 다섯 번째 시즌이 되어서도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고 더욱 잘 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연습이 힘든 만큼 함께 하는 배우들과 일종의 ‘전우애’도 생기는 것 같아요. 유독 배우, 스태프들끼리의 우애가 돈독해 보였거든요.


전우애요? 하하. 기자님 말씀을 들으니 진짜 전우애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워낙 어릴 때부터 함께하고 계속해서 봐왔던 배우분들과 스태프분들이 계시니까 더욱 끈끈하고 돈독한 것 같아요. 눈빛만 봐도 아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마저 캐치하니 정말 전우애 맞네요.


-연습실에서 재미있는, 감동적인 일화도 많을 것 같은데요.


해외 협력 안무가인 그렉의 생일날이 생각나네요. 모두가 아침에 연습을 시작할 것처럼 모여서 서프라이즈로 배우들이 노래를 불러주며 케이크를 들고 축하해줬던 기억이 나요. 그때 그렉이 울컥하던 걸 보며 저도 울컥 했거든요. 다른 나라에서는 현재 모든 공연이 셧다운 되어있는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 와서 시카고라는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것이 너무 행운이라고 저희들에게 이야기 했어요. 그 말 때문인지 그 날이 더 감동으로 기억돼요.


ⓒ신시컴퍼니

-스윙과 벨마 캐릭터의 커버를 맡고 계신데요. 동시에 커버와 스윙을 한다는 건 벨마 캐릭터는 물론, 모든 역할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안 그래도 힘들기로 유명한 ‘시카고’에서 연습량이 가장 많은 배우 중 한 명이었을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저도 사실 이번에 스윙과 커버가 처음인데요. 하나 더 달라진 건 ‘시카고’에서 댄스 캡틴을 맡게 되었거든요. 어깨가 많이 무거워진 건 사실이고요. 하하. 그것 또한 저에게 주어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배우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스윙을 맡게 되면 작품 전체를 봐야 하잖아요. 강웅곤 배우만의 습득 방법이 있나요?


무대 양 옆에서 모니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한 배우의 동선을 등장부터 퇴장까지 팔로우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다른 스윙 배우들과 무대 뒤에서 함께 연습하고 있고요. 무대 뒤가 아니더라도 분장실 모니터로도 보고, 연습 영상도 보고, 그렇게 계속 보고 또 보는 것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윙들의 습득 방법이 아닌가 싶어요. 지름길은 없어요. 기본을 지키며 반복하는 거죠.


-강웅곤 배우가 해석하는 벨마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굉장히 강하고 똑똑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닥쳐도 돌파구를 찾아내는 정말 매력적인, 어찌 보면 제가 닮고 싶어 하는 이상형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시카고’에서 앙상블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시카고’는 앙상블이죠. ‘시카고’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요? 없어서는 안 될, ‘시카고’ 공연의 사회자이며 이야기를 해주는 동시에 극의 흐름을 보여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 혹은 넘버가 있나요?


사실 매 시즌 좋아하는 장면과 넘버가 매번 바뀌었는데요. 이번 시즌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록시의 장면 중 ‘모노로그’ 입니다. 이번 시즌 록시의 ‘모노로그’가 연습실에서 들을 때부터 계속 가슴에 많이 와 닿더라고요. ‘모노로그’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거든요. 인생이란…” 저도 마음은 아직 데뷔했을 때와 같은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거든요(웃음). 그래서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연습실에서는 어느 날 울컥해서 혼자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다지요. 하하.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단연 ‘올 댓 재즈’(All That Jazz)입니다. 관객들에게 극의 시작을 알려주는 넘버로 절제가 뭔지 보여주는 안무가 너무 멋지고 섹시한 넘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려운 장면이기는 하지만 더욱 스릴 있고 더욱 멋진 넘버이며 제가 너무 사랑하는 넘버입니다.


-‘시카고’는 강웅곤 배우에게 어떤 작품인가요?


저를 계속 성장시켜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매 시즌마다 다른 생각을 심어주고 저의 마인드를 바로 잡아주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저에게는 정말 소중하고요. 나만의 마음 속 집 같은 작품이에요.


-뮤지컬 배우 강웅곤으로서, 가지고 있는 신념이 있나요?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에 시간 약속이 제일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 같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약속은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하는 일이 항상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작업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데뷔하고 나서는 지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일찍 와서 가끔은 동료 후배들이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지요. 하하.


-그동안 ‘시카고’를 비롯해 ‘고스트’ ‘위대한 캣츠비’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수많은 공연을 함께 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2012년에 했던 시카고예요. 역시 또 시카고네요. 하하. 잊을 수가 없어요. 시즌 세 번을 모두 20대에, 2012년 네 번째 시즌을 30대에 했거든요. 그때 해외 크리에이티브 스태프분들이 해줬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요.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저한테 풍겨지는 느낌도 많이 달라졌다고요. 그리고 앙상블 중에서도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캐릭터도 맡아보고 ‘시카고’의 문을 열어주는 사회자도 했었어요. 너무 감사했었고 다시 한 번 ‘시카고’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지게 되었던 공연이었죠.


그리고 2018년에 했었던 ‘마틸다’라는 작품도 기억이 나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연습하고 준비해서 ‘미세스 웜우드’라는 마틸다 엄마 캐릭터에 도전했었어요. 저에게는 앙상블이 아닌 배역 오디션 도전이기도 했고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떨면서 오디션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식사 자리에서 합격 전화를 받고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강웅곤 배우의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아직 최종목표는 따로 없습니다. 지금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 제가 언제 멈출지는 아직 정해 놓지 않았어요. 10년 후에도 저는 계속 나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걸어가 보고 싶어요. 제 앞에 놓인 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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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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