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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태양광 미니발전소 흉물돼 가나…수익성 없이 사업자들만 배불려


입력 2021.05.08 10:27 수정 2021.05.08 11:01        최다은 기자 (danddi@dailian.co.kr), 김하나 기자

전문가 "고 박원순 태양광 발전소, 사후 수익성 분석 필요…철거 비용 많이 들어 재활용이 나아"

점주들 "친환경? 전기요금 절약? 실효성 잘 모르겠다…한 달 할인 전기요금 고작 몇 천원"

"가끔 점검와서 계량기 사진 몇 번 찍는 게 전부…고연령 가판대 점주들, 관리절차 잘 몰라"

태양광 미니발전소 관리 방법 ⓒ데일리안

친환경과 전기요금 절약 등을 위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태양광 미니발전소가 수익성 등 실효성 문제와 사후 관리 미흡으로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태양광 발전소는 무엇보다 위치 선정이 중요한데, 당초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도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위치 선정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결국 가장 실익을 얻은 사람은 태양광 패널 사업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는 지난 2015년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 일부 버스정류장 및 지하철 주변 가판대 지붕 공간에 250W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했다. 이 태양광 미니발전소 가판대는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사업의 홍보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당시 서울시는 설치비 전액을 지원한다며 가판대 점주들에게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 일부 태양광 가판대는 사후 관리가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점검자가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가판대도 있었지만, 점검하러 온 적이 거의 없다는 가판대가 더 많았다. 더욱이 설치 미비로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이후 출입문으로 빗물이 새는 불편을 얘기하는 점주도 있었다.


중구 태양광 가판대 점주 A씨는 7일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한 지붕 일부분에 틈이 벌어진 뒤 빗물이 새 지붕을 타고 출입문 틈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겨울엔 눈이 녹아 출입구 사이로 물이 들어오고 여름 장마철에는 폭우로 새는 빗물 양이 더 많아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4개월 전에 점검자에게 빗물이 새는 것에 대해 말했다. 그런데 점검자가 들은 척 안 했다”고 주장하며 “여름 장마철에는 빗물이 안으로 들어오면 매번 걸레로 닦아야 한다. 장사하면서 빗물 닦느라 너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종로구 태양광 가판대 점주 B씨는 “2-3년 전쯤에 한번 고장 나서 수리받은 적 있다. 수리 후 점검하러 몇 번 오더니 최근 2년 동안은 점검하러 온 적이 거의 없다"며 “자주 점검하러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판대 점주들은 태양광 미니발전소의 전기요금 할인율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전기요금 할인이 한 달에 몇천 원 정도 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정확히 얼마나 할인되는 것인지 여전히 알 지 못하기때문이다.


종로구 태양광 가판대 점주 C씨는 “2015년쯤 서울시에서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해준다고 하길래 설치했다”며 “얼마나 할인되는지 솔직히 모른다. 설치할 때 정확히 전기 요금이 얼마나 할인되는지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태양광 미니발전소의 전력 보급 효과를 잘 모르겠다. 고장난다 해도 모를 것이다”며 “점검도 가끔 와서 계량기 사진 몇 번 찍는 게 전부였다. 가판대 점주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높다 보니 관리 절차나 효율 등에 대해 잘 모르고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태양광 발전소는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햇빛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설치돼야 햇빛을 잘 흡수해 수익성이 좋아진다. 당초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도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위치 선정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며 “태양광 발전소의 초기 설치비용 감가상각은 평균 10년 이상이 걸린다. 도심 속 가판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것은 비용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전 시행됐던 태양광 에너지 관련 정책들은 설치 목표량을 달성하는 것에만 의의를 뒀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 혜택과 재생에너지 생산에 대해서는 안중이 없었던 거다”라며 “태양광 미니발전소 가판대로 가장 실익을 얻은 사람은 태양광 패널 사업자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들의 초기 비용 대비 수익성에 대해 사후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미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됐다면, 사업성이 없더라도 철거하는 것보다 재활용 계획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 철거하는 순간 매몰 비용이 되는 거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태양광 미니발전소의 무상수리기간은 설치 후 5년까지다. 종로구와 중구 일대 태양광 가판대들은 2015년도에 설치됐기 때문에 무상수리기간이 끝났다. 이에 서울시는 앞으로도 수리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며 점주들이 자비로 고장 난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수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삼모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햇빛발전팀장은 “태양광 가판대는 서울시가 설치비를 전액 지불했기 때문에 소유권도 서울시에 있다. 또한 가판대는 공공시설물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관리하는 것이 맞다”며 “무상수리기간이 끝난 일부 태양광 가판대 점주들은 수리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만약 무상수리기간이 끝났는데 태양광 미니발전소에 고장이 났다면 서울시에 수리를 요청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광 미니발전소 가판대 사업은 2015년부터 2016년에 시범 사업으로 시행됐다. 시범 사업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설치할 계획은 없다”며 “2017년부터는 사실상 종결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최다은 기자 (dandd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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