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점포 축소...일반직 행원 채용 ‘난색’
공채 대신 디지털 인재 뽑는 ‘수시채용’ 활발
금융권, 오는 8월 공동채용박람회로 인재 확보
4대 시중은행이 올해 공채계획을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NH농협은행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4대은행이 신규 채용한 직원은 경력직 29명뿐이다.
시중은행은 매년 2000~3000명씩 신입사원을 뽑으며 채용시장의 큰 손으로 여겨졌으나,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는 추세에 맞추다보니 일반직 행원의 수요 자체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실상 공채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은행은 아직도 공채 계획을 정하지 못했다. 2018년과 2019년 상반기 공채를 진행해왔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상반기 공채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앞서 공채 대신 채용 비리 구제 차원의 특별채용 20명을 뽑은바 있다. 이달도 공채계획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실상 하반기로 채용이 미뤄지는 셈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하반기 채용 인원수 등을 결정하지 못했다. 한 은행관계자는 “신입행원 정기공채의 경우 현재까지 올해 채용 규모, 시기 및 방법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은행업의 디지털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ICT부문과 핵심성장(IB, 자본시장)부문 등의 수요에 따라 수시 채용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38곳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연간 채용 실적(이미 진행) 및 계획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올해 채용 규모는 389명으로 조사됐다. 2018년(3443명)의 10분의 1수준인 셈이다. 340명을 채용한 농협을 제외하면 각각 ▲KB국민 9명 ▲신한 0명 ▲하나 16명 ▲우리 24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안착되고, 디지털 금융을 강조하는 은행들은 수년째 점포 축소에 나서는 상황이다. 일반직 행원을 내보내는 마당에 새로 뽑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 4대은행은 오는 6~8월에만 80여개의 영업점 폐쇄에 나선다. 내달부터 본격 축소에 돌입하는 가운데 국민은행은 7월 28개점의 문을 닫는다. 신한은행은 8월 13개점, 하나은행은 내달 16개의 지점 및 출장소를 접는다. 앞서 하나은행은 영업점 3곳을 줄였다. 우리은행은 김포공항 출장소 등을 포함한 21개의 출장소 및 지점을 없앤다.
반면 각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을 앞세우며 디지털 인력 채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채 대신 필요한 디지털 인재를 바로바로 확보하는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글로벌플랫폼 IT기획 및 개발 부문 등에서 수시채용을 시작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수시채용으로 디지털 인재를 발굴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부터 디지털 정보통신기술(ICT) 수시채용을 돌입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빅데이터사업부, 디지털 제휴·신사업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20명 규모의 특별채용을 마쳤다. 하나은행 역시 수시채용을 통해 인재 확보에 나섰다.
4대은행은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에도 참여한다. 금융권은 하반기 공채에 앞서 오는 8월 비대면으로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 금융권 55개사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후원 하에 8월 25~26일 이틀간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박람회를 진행한다. 우수 면접자는 하반기 공채에서 1차 서류전형을 면제받는다.
은행연합회 측은 “이번 박람회에서는 온라인 채용설명회와 현직자들의 취업노하우를 들을 수 있는 취업선배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