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밑도는 1%대 그친다면
경기 부양 위해 금리 낮춰야 하지만
조정 시기 놓쳤다는 '실기론' 불가피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 경제를 어떻게 진단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상태지만, 내년 전망치마저 내린다면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1%대로 제시하면 경기 침체를 인정하는 동시에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었다는 '실기론'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올해 성장률은 기존 2.4%보다 낮춰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3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은은 기존에 3분기 전망치로 0.5%를 제시한 바 있다.
관건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다.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는 내년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그러나 내수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느리고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수출 리스크가 커지면서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전망치를 2.2%에서 2.0%로 0.2%p 하향조정했다. IMF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역시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내년 전망치를 2.1%에서 2.0%로 낮춰 제시했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전망치로 2.0%를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 후반대로 내려 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폭탄'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기 시작하면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8%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무역전쟁이 확산하면 한국 수출이 충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근거다. 다른 IB들의 전망치도 1.7~1.9%로 1%대 후반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러한 예상대로 한은이 잠재성장률인 2%보다 낮은 수치를 제시하면 통화정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를 늦게 인하했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됐다는 걸 인정하는 상황이 된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 높은 실업률, 낮은 시장가치 등 경제가 불황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이 1%대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 금리 인하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발목을 잡는 상황"이라며 "내수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대외 불확실성도 커져 한은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