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합산 순익 4조 달해...이익잉여금도 ‘두둑’
다음달 금융당국 20% 배당제한 권고령 만료 앞둬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이 부진을 털고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사의 분기 배당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익잉여금을 확보한 가운데, 경기회복으로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며 앞으로의 은행 수익성 개선이 더욱 기대가 되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다음달 금융당국의 ‘20% 배당제한’ 권고령 만료를 앞두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분기배당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배당 정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 19곳의 순이익은 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3000억원 급증했다. 이 중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등을 합친 민간은행 순익은 2조9000억원으로 같은기간 2800억원이 늘어났다.
은행들의 순익 증대는 금융지주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귀결됐다. 1분기 4대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 합은 3조96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9.9% 증가했다. 1위 KB금융지주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전년비 74.1% 증가한 1조2701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타 금융지주들의 순익 증가율도 30%에 달했다.
지주사 이익잉여금도 늘어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의 1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103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조8000억원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쌓아온 덕분에 비용은 줄고, 이익잉여금은 두둑해 언제든 중간배당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주사들 역시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배당금 확대 계획을 시사한 바 있다. 이환주 KB금융 부사장(CFO)은 “분기 배당을 검토 중”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중간 배당뿐 아니라 분기배당이 가능토록 정관을 변경시킨 바 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분기 배당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도 주총서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시켜 4조원가량의 배당가능이익을 확충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나금융은 이전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해왔다. 올해도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사실 하나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사들은 중간 배당이 정관상으로 가능하나, 실제 시행을 한 적은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순익이 급감하면서 금융지주들도 순이익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분기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두었고, 올해 수익성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진만큼 주주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간·분기 배당 시행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이 끝나는 6월에 임박할수록 중간 배당 시행 기대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며 “배당 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