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회담서 '간극' 좁힐지 주목돼
韓, 北 인권개선 관련해 인도적 지원에
방점 찍어달라고 美에 주문할 듯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북한 인권 문제의 '위상과 성질'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를 두고 한국과 미국의 입장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협상과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반비례 관계'로 보는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두 이슈를 '상호보완 관계'로 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각) "외교정책 중심에 인권을 놓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같은날 한국의 한 세미나에서 '미국의 북한 인권 중시 기조가 북미대화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 논평 요청에 이같이 밝혔다.
외교에 있어 민주적 가치를 중시하겠다고 밝혀온 바이든 행정부는 원칙적 입장에서 인권 개선 역시 외교정책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인권 개선을 요구함으로써 두 이슈를 동시에 진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안팎에선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해온 만큼,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삼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평가되는 문정인 이사장은 "지금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미국이 인권 문제를 들고나오는 것"이라며 "북한은 인권 문제를 들고나오면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고 본다. 그 순간 대화로 나오기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역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게 리스크(위험)"이라며 "북한에 전향적 메시지를 내놓으며 북한 체제 부정성과 연관된 인권 문제, 김정은 비난 등을 제기하면, 북한이 '이중적 메시지'를 소화할 능력이 없다. 한미 전략의 선택과 집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대북전략(비핵화)이라면 나머지 자잘한 요구는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미대화 재개에 집중하는 문 정부와 원칙론에 입각한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이 불협화음을 낳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문 정부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실질적 인권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미국이 인권 문제 제기보다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에 좀 더 초점을 맞춰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백신 요청 △백신 접종 모니터링 체계 확보 등의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대외정책의 큰 틀을 갖춘 상황에서 북한에만 '전향적 접근법'을 취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민태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주의 재건을 국내외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북한을 예외로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 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한에 적용해온 소위 예외주의적 접근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대외정책 틀에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