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 설립, 정파성 차단이 목적인데
위원회 위원 21명 중 10명이 '친정부' 인사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목적은 ‘정치 권력’이 ‘교육 정책’을 입맛대로 바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입시 제도 등 교육 정책이 함께 바뀌는 경우가 많아 학생과 교사·학부모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갈등 현상으로 나타나기까지 한다.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로 불리지만, 현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교육 정책 수명은 대통령 임기인 5년을 따라가기 바쁘다. 고교 평준화→고교 다양화→자립형사립고등학교 폐지 등 변천사는 교육 정책의 급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국가교육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독립기구다. 교육 정책이 정권 그늘에서 벗어나 안전성·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설립 취지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도 “초정권적인 독립적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여 하향식 정책 추진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교육비전을 제시하고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제안이유가 나와있다.
문제는 국가교육위의 출범과정과 위원회의 구성이다. 지난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야당 동의 없이 통과시킨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원안대로 시행할 경우 ‘정권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과 법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둔다. 위원은 모두 21명으로 대통령 추천 5명, 국회 추천 9명(여야 각각 4명 및 비교섭 1명), 교육부차관 1명, 교육감협의체 1명, 대교협·전문대협 2명, 교원단체 2명, 시도지사 및 기초단체장협의체 1명 등이다.
대통령 5명, 국회 여당 4명, 교육부 차관 1명을 합치면 친정부 위원만 10명이다. 국가교육위는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문재인 정부는 친정부 위원 외 1명만 더 확보해도 위원회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은 지난 17일 “국가교육위원회를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두고 친정부 인사들로 채워 문재인식 좌파 교육내용을 떠받드는 친위대 거수기 역할을 하게 하여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에게 편향적인 세뇌교육을 시키겠다는 흉계가 숨겨져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초당적·초정권적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장기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당초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며 “제2의 교육부이자,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에 거수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