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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 발목 잡힌 생보사 해외투자…100조원대 '붕괴'


입력 2021.05.30 06:00 수정 2021.05.30 13:3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외화 유가증권 2년 만에 90조원대로 '역성장'

3년간 탁상공론만…골든타임 놓친 규제 완화

국내 생명보험사 외화 유가증권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해외투자 자산 규모가 2년 만에 100조원대 아래까지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해외투자 규제 해소를 두고 번번이 발목을 잡아 오던 여당이 뒤늦게나마 족쇄를 푸는데 합의했지만, 그 사이 터져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대로 커져버린 탓이다.


정치권이 무려 3년간 탁상공론을 벌이면서 규제 완화의 골든타임을 놓친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불어나는 재무적 부담을 둘러싼 생보사들의 고민은 계속 깊어져만 가고 있다.


3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외화 유가증권 보유 금액은 총 98조4634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3% 감소했다. 2019년 2월 말 이후 처음 100조원을 밑돌았다.


주요 생보사들의 추이를 살펴보면 우선 해외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한화생명의 외화 유가증권이 19조6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4.9% 급감했다. 교보생명 역시 17조9594억원으로, 삼성생명도 17조8620억원으로 각각 16.1%와 1.2%씩 줄었다.


보험업계의 해외투자 한도가 확대된 이후 도리어 그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인 대목이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는 보험사가 운용할 수 있는 해외자산 비율을 이전보다 크게 늘릴 수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보험사의 해외자산 운용 비율을 총자산의 30%에서 50%로, 특별계정은 총자산의 20%에서 50%로 각각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이 글로벌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는 건 코로나19 충격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공격적으로 돈을 굴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투자 환경을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해외 자산운용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환헤지의 방향을 설정하기조차 힘겨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생보사들의 뒤늦은 아쉬움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규제 완화 타이밍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코로나19 이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다.


생보사들의 이런 목소리는 단지 볼멘소리만은 아니다. 해외투자를 제한해 온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넘는 데 너무도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건 2017년 5월의 일이었다.


지난 국회에서부터 관련법 개정을 반대해 온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보험사의 해외투자가 지나치게 확장되면, 글로벌 금융권의 불안 요인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해 왔다.


반면 보험업계는 30%로 묶인 해외투자 제한 비율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서 왔다. 이로 인해 보험사의 효과적 자산운용·투자는 물론 산업 전반의 자율성도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이 다가오면서 생보사들의 해외투자 수요는 줄곧 확대돼 오던 상황이었다. 2023년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보험금 적립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된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이 투자 수익률 개선을 위해 해외로까지 눈을 돌려야 했던 배경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히 IFRS17을 앞두고 역마진 완화에 총력을 기울여 온 생보사들 입장에서, 해외투자를 완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조금만 더 일찍 이뤄졌더라면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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