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창립기념일서 통화정책 새 발언 전망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 '관전 포인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다음 주로 예정된 창립기념식에서 내놓을 메시지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년 전 같은 날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던 이 총재가 얼마나 달라진 발언을 내놓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 총재가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과 함께 통화정책 긴축으로의 전환을 시사하며, 과거와 다른 매파적 성향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제71주년 창립기념일 전날인 오는 11일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통상 한은 창립기념일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시장의 궁금증에 대해 총재가 직접 답변을 내놓는 자리로 여겨진다.
이 총재는 지난 창립기념일까지만 해도 역대 처음으로 0%대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한은은 3월 0.50%p, 5월 0.25%p 등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0%까지 낮춘 상황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며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해진데 따른 대응 조치였다.
이 총재는 지난해 70주년 창립기념식 기념사에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앙은행이 위기 파이터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며 한층 의욕적인 경기 부양 움직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금융불균형 우려 확산…사뭇 달라진 메시지
하지만 올해 기념사의 논조는 이와 크게 달라질 것이란 예측이다. 코로나19 이후 한 해 넘게 지속된 제로금리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과 주식은 물론 가상자산 가격까지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총재가 며칠 전 내놓은 멘트는 이처럼 달라진 분위기를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경기를 고려할 때 완화적 통화정책을 바꾸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반복해온 지난 1년 동안의 언급과 사뭇 대비되는 뉘앙스다.
이 총재가 이전과 다른 입장을 내놓은 배경에는 우선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자리하고 있다. 가계 빚을 기반으로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는 금융불균형 상태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내 가계신용은 새로 통계가 나올 때마다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1765조원으로, 올해 1분기에도 37조6000억원이나 불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합친 통계로, 가계 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점차 고조돼 가고 있는 인플레이션 위기감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지속 공급되면서 물가 상승 압박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46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2012년 4월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창림기념일 기념사에 이 총재가 다시 한 번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경우 연내 금리 인상론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환경을 감안할 때 빨라도 내년에나 인상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던 당초 예상보다 기준금리 반등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총재가 통화정책의 변화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재확인한다면 시장에서는 확실한 기준금리 조기 인상 시그널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