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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코로나 1년 만 최대 매출…“살 깎아 눈물의 세일 중”


입력 2021.06.07 08:06 수정 2021.06.07 10:32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4월 매출 1.5조원…작년 2월 이후 월 최대 수준

중국 보따리상 의존도 갈수록 커져…할인율 높이고 수수료 늘리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데일리안

면세점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 매출이 증가한 덕분이다. 하지만 재고 소진과 보따리상 유치에 할인 및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이 늘면서 업계에서는 ‘속 빈 강정’이란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7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5574억원으로 작년 4월 9867억원과 비교해 57.8%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면세점 시장에 영향을 준 2020년 2월 이후 최대 수치다.


이중 95%는 외국인 매출이 차지했다. 올 4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수는 5만353명으로 작년 4월 11만7737명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지만, 매출액은 오히려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국면세점협회

면세점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보따리상 구매액이 크게 증가한 것이 배경이 됐다. 이는 국내 면세점들의 재고 소진 노력과 맞닿아 있다.


제조사나 브랜드로부터 상품을 받아 대신 판매하는 백화점과 달리 면세점은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한다. 때문에 재고가 많을수록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재고를 가장 빠르게 소진할 수 있는 방법은 보따리상 매출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면세품의 내국인 판매가 일부 허용됐지만 소비자 수요가 높은 일부 명품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판매를 거부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할인율을 높여도 살 만한 상품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보따리상 유치를 위해 국내 면세점 간 경쟁도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많이 구매할수록 할인율을 높여주거나 현지에서 보따리상을 모집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중국 여행사에 대해 수수료를 주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재고를 제 때 처리해야 유입되는 현금으로 새로운 상품을 사고 그래야 명품 브랜드와의 협력 관계도 지속할 수 있다”면서 “현금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할인율을 높이더라도 재고를 처리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여행 재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뒷받침 되지 않다 보니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매출이 늘고 현금이 돌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면세점 규제 완화 움직임도 국내 면세업계로서는 악재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보따리상들이 자국 면세점으로 이탈할 경우 매출을 유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대표 관광지인 하이난섬과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시내 면세점을 중심으로 내국인 면세 한도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 결과 중국 국영면세품그룹(CDFG)은 작년 스위스 듀프리를 제치고 세계 면세점 시장 1위(매출 기준)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면세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전년 대비 매출액이 8.1% 증가하면서 순위도 4위에서 1위로 수직 상승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보따리상들이 주로 구매하는 한국 화장품 등 국내 면세점의 상품 경쟁력이 매출을 유지해주고 있다”면서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계속되고 있고 현지 면세점들도 할인폭을 늘리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공격적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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