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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위기…실탄 없는 정부가 선택한 ‘상황별 대응’ 효과는


입력 2024.08.06 10:05 수정 2024.08.06 11:41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국내 증시 폭락

사이드카·서킷 브레이크 동시 발동

일촉즉발 중동, 무역 국가 한국에 치명

정부 “일단 시간 두고 지켜볼 필요”

코스피가 전 거래일(2776.19)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 경제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다. 더딘 내수 회복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수출 덕분에 1분기 깜짝 성장을 기록했으나, 최고 수출국인 미국이 ‘경기 침체’ 위기론에 휩싸이면서 세계 증시가 일제히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 오후 1시 56분 코스닥에, 2시 14분에는 코스피 시장에 대해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락할 때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11시 코스피, 오후 1시 5분 코스닥에 대해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 급등락에 따른 현물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시장 매매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조처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 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한 것은 지난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5개월 만이자 사상 세 번째다.


이번 한국 증시 충격은 미국발 악재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주 발표한 미국 경제 지표가 모두 나쁘게 나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2일 발표한 7월 미국 실업률은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3%를 기록했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도 시장 전망(17만5000건 수준)에 못 미치는 11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업률이 발표되면서 미국은 이른바 ‘샴의 법칙(Sahm’s rule)’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들끓었다. 샴의 법칙은 클라우디아 샴(Claudia Sahm)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백악관 이코노미스트가 2019년 만든 경기 침체 예측 수단이다.


샴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 최근 3개월 평균이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p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는 방법이다. 1950년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11번의 경기 침체 가운데 1번(1959년)만 빼고 모두 샴의 법칙과 일치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관련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비중 높은 대미(對美) 수출, 타격 불가피
일촉즉발 중동, 세계 무역 ‘리스크’ 작용


증시 충격만큼 우려되는 부분이 미국 경기둔화가 수출에 미칠 영향이다. 지난달 기준 대미(對美)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7% 수준이다. 2018년 12%에서 45.8% 늘어난 수치다. 특히 대미 수출은 최근까지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수출이 활개를 띄며 12개월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해 왔다.


대미 수출이 증가한 데는 미국 국내 소비 시장 활력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미국 경기 하락에 따른 소비 침체는 한국 제품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이 자국 내 산업 부양을 위해 한국 제품에 대한 무역 압박 가능성도 있다.


최근 일촉즉발 상황이 된 중동 지역도 큰 변수다. 이란은 지난달 31일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자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했다. 당장 전면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보니 미국은 군함을 급파하고, 다른 국가들은 자국민에게 이란, 레바논 등에서 철수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5차 중동전쟁’이 실제 발발하면 세계 경제가 받을 충격은 예상조차 어렵다. ‘오일 쇼크’와 물류 대란 사태가 발생하면 주요국은 강도 높은 보호무역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치명적이다. 중동산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유가 폭등과 이로 인한 물가 상승 후폭풍은 불 보듯 훤하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혼돈의 상황으로 가면 한국으로선 선택할 카드가 많지 않다. 정부 뜻대로 할 수 없는 대외 경제는 당연하고, 2년 연속 세수 부족 상황 탓에 빚을 내지 않으면 국내 소비 부양책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


정부는 미국발 증시 충격과 관련해 ‘상황별 대응계획’대로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미국 경기둔화 우려 부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긴밀히 공조·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상황별 대응계획’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상황별 대응계획을 시행한 적 있지만 관련 내용을 공개한 적은 없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선 불과 2~3일 만에 이렇게 바뀐 것이니 우선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이 좀 패닉(panic) 상태가 된 것도 있는 듯하다. 지금 대응책을 직접 쓰는 단계는 아닌 것 같고 일주일 정도는 합리적으로 (지켜보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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