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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도 길다…커지는 해외 시장‧움찔거리는 한국 시장 [드라마도 쇼츠로, 숏폼 드라마①]


입력 2024.08.09 14:01 수정 2024.08.09 14:01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관람료 1000원 13분 단편 영화 등장

2~3분 내외 숏폼 드라마에 도전하는 한국 제작사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밤낚시’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로, 배우 손석구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었다. 러닝타임 13분의 단편영화로, ‘관람료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극장 개봉까지 감행했고, 약 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현대자동차와 손석구가 공동제작한 브랜디드 콘텐츠였지만, 짧지만 긴장감 있는 전개로 몰입도까지 높이며 ‘긍정적인’ 반응도 얻었다. 상영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단편영화가 어려운 극장가의 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영화 밤낚시 포스터

‘짧게 더 짧게’를 추구하는 콘텐츠 업계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2시간 내외의 영화도 ‘길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에서, 단편영화는 물론 미드폼 또는 숏폼으로 강렬한 재미를 선사하는 드라마가 늘어났다.


6~10부작에, 회당 30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미드폼’ 드라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서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됐으며, 1분 내외의 쇼츠 영상이 대세가 되는 흐름을 타고 회당 2~3분 분량의 숏폼 드라마까지 시청자들을 겨냥 중이다.


숏폼 드라마는 1~2분 내외의 짧은 분량과 빠른 전개로 쾌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평균 50부작 길게는 100부작으로 구성해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세로형 카메라로 촬영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즐기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고드는 것도 특징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숏폼 드라마가 ‘가능성’ 그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텐센트와 틱톡 등 거대 기업들이 숏폼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고, 이후 중국의 유명 배우들도 출연하면서 규모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에는 미국에도 진출,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대표적인 숏폼 드라마 플랫폼 릴숏은 지난해 11월 미국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순위에서 2위, 엔터테인먼트 앱 부문에선 틱톡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바 있다.


중국 온라인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2023년 7조 1183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27년에는 우리 돈 19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중국에서 숏폼 드라마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 중국 영화 극장 총수입액의 70% 수준까지 달성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중국의 지방정부까지 나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용 세트장을 짓고 있다.


중국의 숏폼 드라마 제작사 DF 엔터테인먼트 대표 겸 감독 유덕보는 중국의 숏폼 드라마 인기 요인에 대해 “중국은 한국과 달리 TV로 드라마를 소비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소비한 지 오래됐다”라며 2010년 론칭된 아이이치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물론 TV 드라마도 있지만, 많은 메가 히트작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탄생 중이다. 온라인 콘텐츠 유저풀이 단단하게 형성이 돼 있었고, 이에 숏폼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물론, 주성치 등 인기 스타들도 숏폼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언급, 중국 내 숏폼 드라마의 인기를 짐작케 했다. 유덕보 감독은 “숏폼 드라마의 강점인 빠른 전개, 몰입감 있는 스토리도 인기 요인이지만, 중국은 특히 기업들의 투자가 끊이지 않는다. 상품 판매를 숏폼 드라마로 많이 하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히트작도 나온다. 최근 주성치 같은 대형 배우들도 숏폼 드라마를 찍기 시작해 앞으로 더욱 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제작사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네오리진 자회사 폭스미디어는 앞서 숏폼 드라마 전용 플랫폼 탑릴스를 론칭했으며, 오디오 플랫폼으로 유명한 스푼라디오도 숏폼 OTT 비글루 론칭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크레용콘텐츠를 비롯해 디지털 콘텐츠 전문 제작사들이 최근 숏폼 드라마 론칭 소식을 전하며 가능성을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큰 반응이 나오진 않고 있다. 탑릴스를 통해 4편의 오리지널 드라마 ‘나의 복수 파트너’, ‘네 명의 남자를 획득했다’, ‘세 명이서 결혼 생활 중입니다’, ‘가르쳐 주세요’ 등이 공개되는 등 숏폼 드라마들이 제작 중이지만, 해당 포맷에 관심 없는 시청자들까지 움직일 만한 유의미한 반응은 나오진 못하고 있다.


탑릴스 관계자는 “릴숏도 성공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한국도 시장 형성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라고 설명하면서 “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한 것처럼, 한국의 콘텐츠 역량을 생각했을 땐 문법만 익힌다면 금방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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