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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또는 공감대 형성?…CCTV까지 들여다보는 예능들 [D:방송 뷰]


입력 2024.08.11 11:12 수정 2024.08.11 11:1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교통사고 분석하는 '한블리' 이어

우리 주변의 사건·사고 영상 들여다 보는 프로그램 론칭

전문가들이 모여 과거의 사건, 사고들을 분석하며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혹은 분노를 유발하던 범죄 예능들이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CCTV 영상까지 적극 활용하면서 흥미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이하 ‘한블리’)가 이미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한 콘셉트이기도 하다. 유튜브를 통해 비슷한 콘텐츠를 진행하며 주목을 받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한문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한블리’는 도로 위 사건·사고를 분석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 중이다.


보복 운전 사례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가 하면, 4톤에 육박하는 지게차가 30대 직원을 역과하는 충격적인 사고 영상을 공개해 강한 분노를 유발하는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사고를 생생하게 전달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한블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때로는 관심이 필요한 사건들의 ‘공론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면서, 2~3%대의 안정적인 시청률도 꾸준히 유지 중이다.


‘한블리’가 도로 위 사건·사고에 집중했다면, CCTV 영상을 통해 우리 주변의 사건·사고를 들여다보는 범죄 예능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에브리원 ‘히든아이’와 방송을 앞둔 tvN ‘천개의 눈’이 그 예로, 두 프로그램 모두 전문가가 출연해 CCTV 영상을 들여다보며 사건·사고를 분석하고 팁을 전수한다.


‘히든아이’의 첫 방송에서는 ‘범인은 우리 집에 산다’를 주제로 다양한 CCTV 영상이 공개됐다. 한 여성의 집에 세 차례나 무단 침입해 변기 커버를 올리고 립밤과 음료수를 훔쳐 간 20대 남성의 영상부터 남성 세입자의 집에 들어가 과자를 몰래 들고나가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세입자의 모습 등이 이어져 충격을 안겼다.


길 가던 학생의 웃음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무차별 폭행을 한 50대 남성, 환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보호사의 영상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영상들도 이어져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다. 영상을 지켜보며 충격을 받는 패널들의 모습부터 권일용, 표창원, 이대우 등 전문가들이 사건이 발생한 배경을 분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팁까지 전수하는 등 사건·사고를를 ‘흥밋거리’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은 엿보였다.


다만 그럼에도 실제 영상, 특히 끔찍한 사고 영상을 예능·교양 프로그램의 문법 안에 담아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물음표는 남아있다. ‘한블리’의 긍정적인 측면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급발진’ 사고에 대한 논의를 끌어내는 등 ‘한블리’ 속 CCTV 영상을 통한 ‘충격 요법’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블리’는 앞서 실제 사고 영상을 반복 또는 확대해 보여주고 패널들 또는 현장 방청객들의 비명 소리 등을 자극적으로 다뤘다는 지적을 받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는 등 실제 영상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더불어 CCTV 영상은 당사자는 물론, 누군가의 사적인 부분까지도 의도치 않게 포함이 될 수 있는데, 이를 방송에서까지 다루게 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전문가의 합류로 ‘대의’를 강조하거나, 우려점을 지워내려고 노력은 하지만, 결국 ‘흥미’를 극대화하는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닌지. 사건·사고를 다루는 TV 프로그램들의 확대가 남기는 찜찜함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어 보인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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