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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아닌 '5만5172명의 우주'…강선우, 전당대회 완주가 남긴 것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8.21 06:00 수정 2024.08.21 06:0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李와 '먹사니즘' 키워드 공유하며 출마

'명픽'임에도 초반 열세 뒤집기 역부족

최하위에도 씩씩하게 레이스 이어가다

종반부 서울지역 경선에선 끝내 눈물도

지난달 15일 오전 국회본청 근처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쪽 중간)와 김민석 의원(앞열 오른쪽), 강선우 의원(앞열 왼쪽)이 함께 걷고 있다. 뒤에는 한준호 의원과 전현희 의원. 사진에 찍힌 의원들 중 강선우 의원만이 '이재명 2기 지도부' 입성에 고배를 마셨다. ⓒ김민석 의원 블로그

최종 득표율 5.62%, 5만 5172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막을 내린 민주당 8·1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과정 내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자연스럽게 '꼴찌' '사표'와 같은 수식어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럼에도 강 의원은 레이스를 지나는 대부분 기간 웃음을 잃지 않았고, 누구보다 씩씩한 면모를 보이며 맡은 역할을 해나갔다. 마지막날 전당대회 정견발표에서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참가한 탄자니아 '존 스티븐 아크와리'의 영상을 틀며 자신이 '완주'를 한 면모를 강조, 현장에 모인 당 관계자와 당원들로부터 응원을 받았다.


강 의원은 단 한 번, 그동안의 압박감이 올라온 듯 웃음기가 없이 무대에 올라선 적이 있었다. 지역 경선의 마지막 종착지이자 자신의 지역구 '강서갑'이 위치한 서울 지역 경선에서였다. 참아왔던 눈물이 결국 흐르자, 강 의원은 당선권의 희망이 없는 자신에게 온 표를 '표'가 아닌 '우주'라고 부르며 여정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강조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최고위원에 입성할 5인이 정해졌지만, 도리어 꼴지를 한 후보를 향해 '마음속의 1등'이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 정치적 시련이나 실패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가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85.4%의 압도적 승리를 기록한 가운데 전당대회 종료 직후부터 이날 저녁까지 김민석·전현희·김병주·한준호·이언주 최고위원 모두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 달려와 당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들의 감사글과 함께 최하위를 기록하며 탈락한 강선우 의원을 향한 '강선우의 성장을 지켜보자' ' 강선우 후보의 승리'라는 글 등 당원들의 응원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강 의원은 이 같은 응원에 화답하듯 전당대회가 마무리된 후 재명이네마을에 '반갑습니다, 꼴찌 강선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완주 소감을 밝혔다.


강 의원은 "후보가 아닌 상태로 인사를 하러 오니,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며 "8위라는 숫자가 아니라 내게 정말 귀한 표를 준 5만 5172명의 마음을 남기겠다"라고 적었다.


이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그 한 명, 마지막 그 한 표가 있다면 끝까지 달리는 것이 기적이었고 나는 그 기적을 이뤄냈다. 강선우가 포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나 강선우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선다. 민주당 재집권으로 가는 길, 나 강선우가 또 한 번 끝까지 완주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KSPO)돔에서 열린 민주당 8·18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부터 이재명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이른바 '2(강선우)·5(김민석)·7(한준호 후보)번'이 낙점됐다는 인식이 파다했던 상태다. 다만 경선 초반 이 대표가 러닝메이트들에 대한 직접적인 시그널을 당원들에게 주지 않았던 탓에, 수석최고위원으로 레이스를 마무리한 김민석 의원조차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당선권 밖에서 절치부심하다, 전당대회 후반부에야 선출 가능성을 높였다. 전당대회 후반부에 와서야 '명(이재명)석(김민석)한(한준호)'이란 현장 응원문구가 자주 포착됐다.


다만 강 의원의 경우 '명픽(이재명 대표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부침을 겪었다. 당원들은 강 의원이 초반부터 최하위권에 위치했다 보니, 뒤늦게 표심이 몰린다 해도 순위 반등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온·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뒤늦게 강 의원을 알아봤다"는 탄식이 빈번하게 포착되기도 했다. 결국 명픽으로 알려졌던 후보들 중 강 의원만이 '이재명 2기'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다.


선거 막바지 전현희 최고위원이 "김건희가 살인자" 발언으로 상승세를 타며 차석으로 지도부에 입성했고, 21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강자이자 4성 장군 출신으로 안보와 친일 이슈를 파고든 강경파 김병주 의원의 기세도 매세웠다. 또한 당원들은 '명팔이(이재명팔이) 척결'을 외치며 홀로 다른 노선을 택했던 정봉주 전 의원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막바지 화력을 이언주 최고위원의 순위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탈락이라는 결과가 예견됐음에도 "나는 8위로 (계속해) 안정권"이라는 긍정의 기운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 의원이 재명이네마을에 게시한 감사글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미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번에 최고위원은 못됐지만 내 마음속에 크게 새겨졌다' '마음속 1등이다' '너무 안타까웠다. 꼭 다음을 기약해 달라' '이렇게 아름답고 강직한 꼴찌는 강선우뿐'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 귀하게 쓰일날이 곧 올 것이다' '이번에야 진면목을 알게 돼서 죄송하고 반갑다' '이번에 다시 봤다'라는 등 응원 댓글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연임과 동시에 차기 집권을 염두에 둔 듯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를 강조하는 슬로건)'을 강조해 왔는데, 전당대회 초반부터 이 대표와 강 의원은 '먹사니스트'란 핵심 키워드를 공유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강 의원은 전당대회 당일 정견 발표에서도 "내 삶이 얼마나 달라지냐. 이 질문에 우리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며 "구직 경쟁에서 탈락한 30대가 '내 남루한 삶은 괜찮아질까', 부모님 모시고 아이 키우는 50대가 '나에게 노후라는 게 있는 것이냐', 또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서 한 리어카 가득 채우고 300원을 받는 어르신께서 '나는 병원을 갈 수 있나'라고 묻는다"라고 외쳤다.


강 의원은 "그 답이, 그 답을 쓰는 일이 우리 민주당의 길이고 우리 민주당의 땅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소속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졸속 추진에 대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선우 의원 페이스북

강 의원은 지난 6월 24일 후보들 중 처음으로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하며 전당대회 레이스에 참전했다. 이 대표가 연임을 위해 사퇴 선언을 한 날 이었고, 직후에 강 의원의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이 있었다. 강 의원은 당시에도 '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이자 유일한 복지전문 후보로서 민생을 책임질 최고위원'이라는 역할론을 꺼내 든 바 있다. 이 대표는 강 의원에게 "잘할 것"이라는 응원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강 의원은 전당대회 종료 후 사흗날인 된 이날을 기점으로 복지위 간사로서의 행보를 재개했다.


이날 강 의원은 정부의 '2000명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졸속 추진이라 맹폭하고 정책 실패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강 의원은 "간호법 논의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정부·여당이 간호법 입법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권퇴진운동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뿐만 아니라 강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결산 전체회의에서 "서울사회서비스원의 졸속폐지로 인한 공공돌봄의 공백은 단순히 다른 기관에 연계했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복지부와 질병청의 엇박자가 빚은 코로나19 치료제 부족 사태를 지적하며 정부의 조속한 수습도 촉구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였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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