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하반기 고물가·고금리 영향 누적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금융 시장 및 철강, 화공품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대(對)미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23일 ‘최근 경기흐름에 대한 평가와 미국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대미 수출에 대한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최근 미국경제는 양호한 성장모멘텀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연착륙 과정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미국의 노동시장은 그간의 높은 긴장도가 완화되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정상화 과정에 있으며, 이에 따라 경기가 단기간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과거 경기침체기에는 노동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대량해고 등 급격한 노동수요 위축이 실업률 급등을 촉발했지만 최근에는 노동수요가 약화되고 있지만 아직 해고율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등 노동수요가 크게 위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미국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영향 누적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근 노동시장 부진 등에 따른 하방압력을 감안할 때 성장속도는 예상보다 다소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AI 관련 투자 확대, 이민자 유입 지속 등에 힘입어 당분간 급격한 경기침체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간으로는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시장의 컨센서스와도 대체로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노동시장 둔화 신호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미국경제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매우 높아 해고율 상승 등 노동수요 위축이 본격화될 경우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즉각적인 경기위축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향후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지표로 또다시 금융시장 불안이 크게 확대되고 가계·기업 심리가 위축될 경우 미국경제의 성장 하방압력이 증대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금융시장 및 대미 수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0년 이후 미국 내수와 우리 대미 중간재 수출간 상관관계가 이전보다 커진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더 둔화되는 경우 ▲철강(2023년 대미 수출비중: 6.8% ▲화공품 8.7% ▲석유제품4.9% 등 중간재에서 대미 수출에 하방압력이 과거보다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 둔화되더라도 대미 자동차‧기계류 수출은 우리 대미 수출에 나타나는 하방압력을 완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또 최근 우리 대미 수출호조는 미국의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친환경 자동차에서의 높은 경쟁력, 미 산업정책 등 구조적 요인이 상당수준 작용한 만큼, 미국 경기가 큰 폭으로 둔화되지 않는다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자동차와 기계류 수출에는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구체적으로 자동차 부문에서는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고, 최근 미국내 신성장‧친환경 부문에서도 중국 과잉생산,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고율의 관세부과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며 “이러한 리스크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