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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진정성…'의료개혁 중재안' 밀어붙이는 이유는


입력 2024.09.01 00:00 수정 2024.09.01 00:0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당내서도 "개혁 필요하나 政, 너무 거칠어"

그러면서도 "말 한마디 던져서 일 해결되지

않는다"…한동훈의 '직진'에 대한 우려도

한동훈, 갈등 해결 능력 보여줄지에 관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월 29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 안팎의 이견에도 자신이 제안한 '의료개혁 중재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해당 중재안이 국민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동시에, 당과 정부·대통령실을 한꺼번에 되살릴 방안이란 확신이 있어서다.


이를 증명하려는 듯 한 대표는 의정갈등을 '윤-한 갈등'으로 몰고 가는 일부 주장을 비판하면서 자기정치를 위함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정부·대통령실·친윤(親尹)계에게 해당 중재안을 어떻게 주지·관철시킬지 여부가 한 대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31일 논평을 내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은 지역·필수 의료를 살려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반드시 완수돼야 한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의 유연한 소통과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 대변인의 논평엔 대통령실·정부를 향해 '한동훈표 의료개혁 중재안'을 논의해달라는 호소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앞서 한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1508명 증원하되, 2026학년도 증원 여부는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즉각 이 제안을 거부했다.


당내에서도 초반엔 한 대표의 중재안에 대한 우려가 기대보다 더 컸다. 한 대표가 의정갈등 해법을 앞세워 자기정치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의도적인 차별화를 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의료개혁이란 이슈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의 논평에서 알 수 있듯, 당내 분위기는 점점 한 대표의 의료개혁에 대한 진정성으로 옮아가는 모양새다. 지난 29일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 자리에서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정부의 의료개혁을 브리핑하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친한·친윤 구분 없이 9월 추석 전후 의료대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터져나온 것이다.


해당 브리핑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자, 친한계 고동진·한지아 의원 등은 물론이고, 친윤계 권성동·윤한홍 의원 등도 의료개혁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증원 규모와 그 방식에 대한 정부의 고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핑 때 잠시 이석했던 한 대표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할 만큼 응급실 수술실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냐고 한다면 나는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중재안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시한 방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번에 선거를 뛰어본 사람이라면 의사들과의 갈등이 터져나오고 나서 표심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다 알 것"이라며 "방향은 좋지만 분명히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그걸 하라고 어떻게 보면 지금 당 전체가 한 대표한테 힘을 실어주는 것인데, 더 이상 대통령과 싸운다는 모습으로는 그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8월 29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제는 한 대표의 '중재안 강조'가 대통령실 입장에서 어떻게 비치겠느냐는 점이다. 특히 윤 대통령과의 갈등 고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앞서 연찬회 의료개혁 브리핑에서 정부의 고집을 질타했던 권성동 의원은 이튿날인 30일에는 특강 연사로 올라 "말 한 마디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권 의원은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하다. 더 강한 대통령과 함께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는지 지도부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던 똘똘 뭉쳐서 물밑에서 수많은 대화를 통해 대통령과 당 지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절대 "당정 갈등은 없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한 대표는 연찬회 폐회식에서도 '일각에선 당정갈등이 아니라 한정(한동훈-정부) 갈등이라고 한다'는 지적에 "그렇게 익명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상황을 그렇게 좋게 만드는 것 같진 않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당 연찬회에 불참하고 지도부와의 만찬을 연기한 것에 대해서도 "나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한 대표가 정부와 끈질기게 접촉 및 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개혁 중재안에 대한 당내 호응은 충분하게 모인 만큼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대통령실과 대화해 당정 갈등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모습을 보일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개혁을 갖고 당대표가 대통령과 싸워서도 안 되고 지금 싸우자고 저렇게 하는 것도 아니잖느냐"라며 "당내는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면서 당대표한테 힘이 실리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 이럴 때야말로 당대표가 대통령과 정부를 직접 만나 얘기하고 합의점을 찾아서 빠른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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